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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이상한 편지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6. 8. 16. 02:05

이상한 편지

 

 

숲 속의 성에 살고 있으므로 그는 틀림없이 공주임에 틀림없다
제나는 이 세계의 암호, 염력으로 부르는 혼자만의 이름인지도 모른다
한 줄 또는 두 줄 짜리 편지를 꼭 하루가 지나서 읽는 걸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그 성은
걸어서 하루 걸리는 곳 아니면 막히지 않는 외곽도로를 타고
하염없이 하루를 달려야 하는 곳이다
하루를 걸으면 숲에 닿기는 하지만 영락없이 그곳은 
수상한 사람들이 서성거리는 불모의 땅
하루를 달리면 생애의 반쯤이 담겨버리는 바다의 한가운데
조간신문을 꺼내거나 배달우유를 집는 손길을 내가 느낄 때
이미 한 줄 또는 두 줄짜리 게으른 나의 편지는 휴지통 속으로 던져졌을 것이다
숲 속의 공주는 잔잔하고 사소한 일상의 스토리를 원한다
딱딱하게 굳은 기계에서 구운 관념의 빵, 애정도 없는 수유의 습관에 길들여진
젖소의 하품이 싫다
나에게는 잔잔하고 사소한 스토리가 없다 지나치게 출렁거리거나 타버리는
불길 같은 슬픔
그것을 쓰려고 하면 이미 하루는 처연한 재를 뿌리고 있다
소주 마실 때 이뻤던 스물 둘의 그림자 납량특집으로 보여준 추억은
오늘도 완강한 흑백사진
하루만큼 내가 뒷걸음치면 이상한 편지는 그에게 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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