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탄리행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사람 없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 없다
가슴 서늘해지는 끝이라는 말
더 이상 갈 수 없는 마지막
역에서
얼마나 나는 부끄러워지는가
온기 가득했던 한 잔의 차를 다 마시기도 전에
작별의 편지 한 장 다 쓰기도 전에
이렇게
당도해버린 낯 선 곳에서
산 속으로 숨어드는 길섶에 무성한
찔레꽃, 하얀 찔레꽃
그 찔레꽃이 죽어 햇빛을 접은 나비로
출렁거리는 내 그림자를 밟는다
사람이 아득하여 숨을 필요도 없는 閑村에
벌거벗어도 깊어보이는 시냇물은 어디로
가는가
산정을 넘어가는 구름에서 내릴 때
차표는 필요하다
이 생에서 내릴 때 나는 아카시아 향을
시냇물 소리를,
애기똥풀의 작은 꽃잎을
내 영혼의 역을 지키는 그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수취인 불명의 편지처럼 붉은 화인을 안고
나는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있다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긴 편지 (0) | 2006.06.04 |
---|---|
엉겅퀴꽃 (0) | 2006.05.30 |
거울은 벽에 등을 대고 있다 (0) | 2006.05.25 |
사막에 살다 (0) | 2006.05.22 |
다시 아우라지에서 (0) | 2006.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