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70] 과거와 미래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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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년 전 원시시대 인류를 기억해보자. 세상은 위험하고 인생은 짧았다. 거의 매일 굶주렸고, 언제라도 맹수의 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귀염을 부리던 어린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병에 걸려 죽었고, 우리를 보호해 주셨던 부모님들은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고대 인류가 이해하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마도 원인과 이유였을 것이다. 엄청난 소리를 내며 하늘을 번쩍이게 하는 천둥 번개. 가슴이 철렁거리고, 벼락에 맞은 나무와 동물은 시커멓게 타버린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유를 모르면 예측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으면 두렵고 무섭다.
누가 가장 먼저 생각해냈을까? 원시시대 “스티브 잡스”이자 “아인슈타인”이었는지도 모른다. 과거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던 현상들을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세상에 확장시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망치를 두드리면 큰 소리가 나고, 화난 아버지는 아이를 혼낸다. 그렇다면 번개는 하늘에 있는 성난 아버지가 두드리는 망치 소리이지 않을까?
문명과 기술, 그리고 과학이 발달하며 인류는 점점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원인과 이유를 설명하는 데 성공한다. 설명만이 아니다. 과학기술을 사용해 그렇게도 두려웠던 자연을 다스리고 제어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산업혁명이라는 찬란한 결과물까지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적 설명을 대부분 사람들은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하니 말이다. 이해하지 못하니 다시 두려워지고, 두려움을 싫어하는 인간은 이해하기 어려운 진실보다 이해하기 쉬운 가짜를 선택하기 시작한다.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오늘날.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다시 늘어나고 인류는 다시 부족주의와 미신, 그리고 포퓰리즘과 독재의 시대로 돌아가려 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만한 찬란한 기술을 얻었지만, 동시에 다시 중세기로 돌아가려는 호모사피엔스. 우리 인간 내면 속 미래와 과거의 싸움이 앞으로 남은 21세기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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