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기기 백성호의 궁궁통통2
성기 거세 치욕 속에도 썼다, ‘천개의 눈’으로 본 인간 본성
카드 발행 일시2025.01.10
에디터
백성호
#궁궁통1
인간은
점(點)으로
살아갑니다.
사람의 삶이란
기껏해야
100년이니까요.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그래서 항상 '그 너머'를 꿈꾼다. 보이지 않는 내일을 보기 위해 우리는 지나간 어제를 바라본다. 그 속에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노을 지는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백성호 기자
그 짧은
선분 안에서
매 순간
점을 찍으며
살아갑니다.
어디로 흘러갈지
한 치 앞도
모른 채 말입니다.
점은
궁금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지금 여기를
찍으면
그다음에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걸 아는
방법이 있습니다.
나의 삶,
나의 점,
나의 선분보다
훨씬 더 긴
선(線)이 있으면 됩니다.
그게 바로
빅데이터입니다.
어디서 그걸
찾을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다름 아닌
역사입니다.
역사라는
길고도 긴 선(線) 속에는
수많은 인생,
수많은 선분이
담겨 있으니까요.
수많은 점을 찍고, 그 점을 이어서 선분을 만들고, 그 선들이 얽히고 또 얽히면 하나의 우주가 된다. 챗GPT, 백성호 기자
역사는
분명
흘러간 과거입니다.
그렇지만
역사서에 기록된
인생들을 읽다 보면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의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학을 가리켜
‘미래학’이라고
부릅니다.
#궁궁통2
역사가들이
‘절대 역사서’라 부르는
책이 있습니다.
사마천(BC145~BC86 추정)의
『사기(史記)』입니다.
왜
절대 역사서냐고요?
『사기(史記)』에는
무려
3000년에 걸친 중국의 역사,
그 속에서
피고 졌던
숱한 인물의 생애가
기록돼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 속에서
그들이 선택했던
점들과
이후 그 점들이
어떤 선으로 이어졌는지,
마지막 결과까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삶의 갈림길에 섰을 때,
과거의 역사가
나의
거울이 됩니다.
그 속에
이미 살다간 사람이
남겨 놓은
답안지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사기』를 펴자마자
바로
답이 툭! 하고
튀어나오진 않습니다.
답을 찾는
방법이 있습니다.
김영수 사학자는 "역사서를 읽다 보면 내가 닮고 싶은 사람, 닮고 싶지 않은 사람, 또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30년 넘게
『사기(史記)』를 연구 중인
김영수 사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기(史記)』를 읽다 보면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하나는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다.
또 하나는
내가 아주 증오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마지막 하나는
무엇이겠나.
다름 아닌
나와 똑같은 유형이다.”
그래서
『사기』를 가리켜
‘인간학 교과서’라
부릅니다.
“『사기』는 삶의 선택,
그에 따른
구체적 결과까지 보여준다.
어떠한 인간관계 속에서
어떻게 살았고,
어떤 결과가 나왔나.
그 모두가
입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래서
내 삶의 앞과 뒤를
미리 보게 한다.”
#궁궁통3
역사서 『사기』의 분량은
방대합니다.
한자(漢字)로
52만6500자에 달합니다.
책으로
130권이나 되는
대작입니다.
사마천은 궁형을 당하는 치욕 속에서도 절대 역사서로 불리는 '사기'를 써내려갔다. 중앙포토
서양에는
『사기』에 필적할 만한
역사서가 없다고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더 놀라운
대목도 있습니다.
『사기』는
2000년 전 봉건시대에
기록된 역사서입니다.
그 시대에는
분량의 대부분을
지배층에 관해
서술하게 마련입니다.
왕을 비롯한
그 사회의 지배층,
상류층 말입니다.
그런데『사기』는
130권 중 70권이
보통 사람들을 담은
열전(列傳)입니다.
궁금하더군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김영수 사학자는
저자인 사마천에
주목하더군요.
“사마천은
보통사람들에 주목했다.
그들이야말로
역사의 주인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사기』의
절반 이상을
보통사람들에 할애했다.”
그는 『사기』에
기록된
한나라 장수 한신을
예로 들었습니다.
“한나라에 한신이란
장수가 있었다.
개국공신인 그는
나중에 반역죄로
삼족이 멸함을 당했다.
당시 사마천은
공식 기록을 살폈다.
아무리 봐도
한신이 모반을 일으킬 만한
여건이 못됐다.”
한신은
한나라 황제 유방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황제께선
10만 명을 거느릴
장수입니다.”
그러자
유방이 한신에게
물었습니다.
“자네는?”
이에
한신이 답했습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입니다.”
한신은 황제에게 10만 대군을 거느릴 장수라고 말하고, 자신은 다다익선이라고 했다. 사마천은 그 일화를 통해 한신의 성격을 드러냈다. 챗GPT, 백성호 기자
나중에
한신이 숙청당하자
나온 고사성어가
‘토사구팽(兎死狗烹)’입니다.
토끼를 잡은 후에
쓸모가 없어진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에게
‘다다익선’이란 말 뒤에는
‘토사구팽’의 그림자가
늘 어른거립니다.
사마천은
한신에 대한 논평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한신이 조금만
고분고분했더라면
천하의 명재상 반열에
올랐을 텐데.”
그건 전쟁 중에
주인도 떨게 할 만큼
큰 공을 세운 자의
전쟁 후 처신에 대한
지적이기도 했습니다.
토끼를 잡고 나면 쓸모가 없어진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토사구팽의 고사성어에는 장수 한신의 고사가 담겨 있다. 챗GPT, 백성호 기자
#궁궁통4
인간의 인생은
하나의
역사입니다.
자기 삶에서는
각자가
‘사가(史家)’입니다.
김영수 사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뛰어난 역사가가
되려면
천 개의 눈을
가져야 한다.”
사람은 다들
두 개의 눈으로
살아갑니다.
그게
‘나의 입장’입니다.
그걸로만
역사를 보면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눈,
나의 관점,
나의 입장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또 하나의 눈’을 얻게 된다.
상대의 입장에서
나를 보고,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를 볼 때
‘또 하나의 눈’이 생긴다.
그런 눈들이
모여서
‘천 개의 눈’이 된다.
나의 눈을 내려놓을 때마다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눈이 생긴다. 상대의 입장에서 나를 보고, 세상을 볼 줄 알 때 우리는 더 넓게, 더 깊이 보게 된다. 챗GPT, 백성호 기자
역사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천 개의 눈,
그게 바로
중도(中道)의 눈이다.”
이 한 마디!
“역사가에게는
천 개의 눈이 필요하다.”
사실
사마천의 생에는
상당한
고통이 있었습니다.
사마천은
이릉이란
죄 없는 젊은 장수를
변호하다가
반역죄로
황제의 미움을 샀습니다.
결국 49세 때
궁형을 당했습니다.
성기를 거세당하는
치욕스러운
중형이었습니다.
사마천 당시에 성기를 거세당하는 궁형은 치욕스러운 중형이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대수술이기도 했다. 궁형을 받고서 목숨을 잃는 이들도 많았다. 챗GPT, 백성호 기자
궁형은 당시에
대수술이었습니다.
궁형 후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감옥에 갇힌 3년간
그는 『사기』를
쓰지 못했습니다.
나중에서야
황제의 오해가
풀렸습니다.
환관이 된 사마천은
궁에서 퇴근한 후
밤마다
다시 『사기』를
썼습니다.
40대 초반에
집필을 시작한
『사기』를,
궁형을 당한 후에도
계속 써 내려 가
55세에 완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궁형을 당하는
삶의 고통 속에서도
사마천은
‘또 하나의 눈’을
길어 올렸겠지요.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6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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