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신춘문예 당선시

2024 중부광역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9. 6. 15:59



2024 중부광역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자물쇠 / 박찬희




안거가 일이라고 단단히 가부좌를 틀어
오가는 바람도 굳어 서 있다​
하필이면 벼랑 끝에 걸어놓은 맹약
효험이 낭설이기 십상이기도 하고
굳이 풀어 들여다볼 상당한 이유가 없어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는 잡다한 호기심만 늘어
없는 설명서를 찾아 읽는다​
맹약의 해피엔딩은 녹슬고 녹아 서로에게 귀속되는 것​
애지중지 닫아걸 별 이유는 없어도
그냥 습관인 까닭에
벽을 치고 들어앉아 음과 양을 저 혼자 맺고 풀면서
맞지도 않은 열쇠를 깎는 일
어쨌든 그것도 수고라면 수고지​
결속과 해지는 엎어 치나 매치나 한가지여서
틀림없는 쌍방의 일
자물쇠든 열쇠든 서로에게 맞출 수밖에
옳으니 그르니 해도 꼭 들어맞는 짝은 있게 마련인데
내가 너를 열 수 있을까

시도 때도 없는 옥쇄 앞에서
밤낮 우물쭈물, 나만 속절없이 녹슬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