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신춘문예 당선시

농민신문 2024 시 당선작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8. 6. 14:40

상현달을 정독해주세요

​                             박동주

햅쌀을 대야에 가득 담아요

차고 푸른 물을 넘치도록 부으면

햅쌀은 물에서 부족한 잠을 채워요

쌀눈까지 하얗게 불었을 때

당신을 향한 마음이 몸을 풀어요

상현달처럼 차오르는

마음을 알아차렸다면 속삭여 주세요

도톰한 떡살에 소를 넣어요

당신을 향한 비문은 골라내고

꽃물결 이는 구절만 버무려 소를 만들어요

당신 생각으로 먹먹해지는 마음이

색색의 반달로 차오르도록

한밤중이 되었을 때

서쪽 하늘을 골똘히 보아 주세요

반죽을 작게 떼어 양 손바닥 사이에 넣고

가을볕이 등을 쓰다듬듯 잔잔히 궁글려요

이야기를 담은 소를 가운데 넣어

가을 한나절을 빚은 색색의 상현달들

떡살에 별자리가 뜨기도 해요

비껴간 당신을 향해

밤하늘 높이 상현달을 띄워요

이야기가 스며든 여러 빛깔의 편지지

하얀 송편에는 첫 마음을 써요

어떤 송편에는 첫 눈이 내리고

첫 발자국 첫 속삭임이 들어 있어요​

2024년 농민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