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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맹그로브숲 성공하면 얻는 순기능 5가지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8. 22. 10:18

신안 맹그로브숲 성공하면 얻는 순기능 5가지

[김민철의 꽃이야기]

<218회>

입력 2024.08.20. 00:00업데이트 2024.08.20. 17:35
 
 
 

동남아 등 열대·아열대 지역에 가면 큰 강 하구, 바닷가에서 맹그로브숲을 볼 수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뿌리가 문어 다리 모양으로 물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만 맹그로브숲(쓰차오 그린터널)처럼 숲 사이로 보트나 카약을 타고 다니는 관광코스도 적지 않습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큰 섬 '가야섬'에서 카약을 타고 맹그로브 숲을 누비다보면 맹그로브 숲에 사는 게나 바닷 속 조개가 내뱉는 공기 방울도 볼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이미지 기자

 

◇탄소 흡수·저장 능력 뛰어나 주목

맹그로브는 태풍, 쓰나미 등 자연재해로부터 해안 침식이나 피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등 생태계에 주는 순기능이 적지 않습니다.

요즘 주목을 받는 것은 맹그로브의 뛰어난 탄소 흡수와 저장 능력입니다. 숲 등 산림생태계 탄소흡수원인 ‘그린카본’에 대비시키는 개념으로, 해양 생태계 탄소흡수원을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 합니다. 맹그로브는 블루카본의 대표 수종입니다. 맹그로브의 탄소 흡수 속도는 육상보다 최대 50배 빠르고, 탄소 흡수량은 일반 산림에 비해 3~1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맹그로브숲을 파괴해 양식장 등을 만들다 인공 맹그로브숲을 조성하는 것도 이런 장점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엔 맹그로브숲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머지않아 우리나라에 상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온만으로 보면 이미 서식 가능 범위가 제주도 남부까지 온 상태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부산시도 맹그로브숲이 곧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보고 연구 중입니다.

지난달 주목을 받지 못하고 지나간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전남 신안군이 도초면 죽연리 갯벌에 일본산 맹그로브 종자 120개체, 베트남산 400개체 등 총 520개체를 심으면서 시험재배를 시작했다는 뉴스입니다. 앞서 전남도는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완도 등 남해안에서 맹그로브를 시험 재배를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적합한 수종이나 적응 환경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는데, 이번엔 충분한 사전 연구를 거쳤기 때문에 다를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 얘기입니다.

신안군이 블루카본(Blue Carbon)의 대표수종인 '맹그로브'를 시험 식재했다. (신안군 제공) /뉴스1
 

 

이제 맹그로브가 겨울 추위를 견디느냐 문제만 남았다고 합니다. 신안군이 심은 둥근맹그로브(Kandelia obovata)는 내한성이 가장 좋은 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상인 곳에서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도초도 연간 최저기온은 영하 8.5도여서 시도해볼만한 조건을 갖추었다는 것이 신안군 얘기입니다.

 

맹그로브 조성 사업을 담당하는 신안군청 조영준 생태학 박사는 “지난달 심은 것에서 벌써 한두 개씩 잎이 나는 등 잘 자라고 있다”며 “첫 추위를 맞는 올 겨울이 가장 고비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도초도는 인공 맹그로브숲 조성에 성공한 일본 가고시마현, 구마모토현에 비해 위도(34도)가 높지만 해양성 기후여서 겨울에도 기온이 9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적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제주도 아닌 신안이 먼저 심은 이유

 

이 소식을 듣고 제주도가 더 따뜻할텐데 왜 신안군에서 먼저 맹그로브 시험재배를 시작했을까 의아했습니다. 제주도도 맹그로브숲 조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기 때문입니다. 신안군 얘기로는 맹그로브 수종들은 갯벌에서 자라기 때문에 현무암지대인 제주도엔 마땅한 시험재배지를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대신 제주도와 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자생하는 황근과 갯대추나무 등 세미 맹그로브(Semi-Mangrove)를 증식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세미 맹그로브는 지상에서도 살지만 바닷물에 잠겨도 살 수 있는 수종을 말합니다. 무궁화 비슷한데 노란색 꽃이 피는 황근이 세미맹그로브 수종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제주도에서 만난 황근.

 

맹그로브 나무들은 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위해 몇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대부분 식물은 씨앗이 유리한 환경에 정착할 때까지 휴면 상태를 유지하지만, 맹그로브 수종들은 가지에 붙어 있는 열매에서 뿌리가 자라기 시작해 어느 정도의 크기에 이르러 열매가 떨어집니다. 어미식물 위에서 새끼식물이 자라기 때문에 이런 종자를 ‘태생(胎生)종자’라고 부릅니다. 이번에 신안에 심은 종자도 이런 열매를 채취한 것이라고 합니다.

맹그로브 나무들이 바닷가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뿌리를 통해 염분 유입을 차단하거나 흡수한 염분을 잎을 통해 배출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신안 도초도에 심은 둥근맹그로브 종은 염분을 차단하는 종입니다. 그래서 묘목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뿌리에 상처를 입으면 삼투압 현상으로 체내 물을 배출해 말라죽기 때문에 뿌리가 상처를 입지 않고 정착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일본 가고시마현 맹그로브 꽃 사진. /신안군 제공

 

맹그로브가 한국에 뿌리를 내릴 경우 온실가스 감축에 큰 도움을 줄 전망입니다. 의외로 꽃도 많이 피어 맹그로브 꽃을 이용한 양봉도 활발하다고 합니다. ①탄소 흡수·저장 ② 해안 침식·피해 방지 ③ 다양한 동식물에 서식 환경 조성 ④관광코스로 활용 외에도 ⑤양봉산업에 이용까지 다섯 가지 순기능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구온난화의 결과이기 때문에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든 신안 맹그로브숲 조성이 성공해 앞으로 맹그로브 숲을 주요 소재 또는 상징으로 한 우리나라 소설도 나오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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