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달리 올해는 괴롭고 슬펐다
그 괴로움과 슬픔이 내 시의 밥
나한 羅漢 연작시 108편이
가슴에 얹혀있다
내년은 그 시들을 삶의 징검돌로 삼아 또 걸어가야지
눈물을 먹다
연두도 아니고 보라도 아닌
이 세상 가장 예쁜 사람에게
목걸이로 만들어 주고 싶은 작은 알맹이들
저 예쁜 것들을 땅에 묻으면
무우가 된다
어차피 흙속에 들어가 무우가 될텐데
누가 물과 하늘 빛을 버무린 저 빛깔을 내려줬을까
누군가 내게 생을 물어봤을 때
정답을 모르는 나는
문득 이 생각이 떠올랐을 뿐
무우는 먹는게 아니라
근심이 없어지는 눈물이라고
《시와사람》 2022년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