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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지금 한창인 연꽃처럼 강인하고 싱그럽게 이 계절 보내세요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8. 7. 16:21

[나무편지]

지금 한창인 연꽃처럼 강인하고 싱그럽게 이 계절 보내세요

  ★ 1,192번째 《나무편지》 ★

  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휴가 철 내내 교통 사정이 참 안 좋았죠. 휴가 시작인 지난 주말에는 예정된 프로그램이 있어서 천리포수목원에 가야 했습니다. 평소에 두 시간이면 충분히 가게 되는, 대략 150킬로미터 거리의 길입니다. ​교통 사정이 좀 나쁘다 해 봐야 두 시간 반이면 갈 수 있지요. 그런데 그 토요일에는 무려 네 시간 반이 조금 더 걸려 겨우 갈 수 있었습니다. 그날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들께도 여쭈어 보니, 네 시간 반이면 그나마 빨리 온 것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휴가 여행 떠나신 분들의 차가 한꺼번에 몰렸던 모양이었습니다.

  지금은 연꽃이 한창입니다. 연꽃은 우리의 옛 선비들이 무척 좋아한 꽃입니다. 아마도 그 시작은 천년 전의 주돈이(周敦?, 1017 ~ 1073)일 겁니다(주돈이의 '이'자가 한자로 변환되지 않네요). 주염계(周濂溪)라고도 불리는 그는 송나라 때 도학의 형이상학적 사유와 도덕론의 기본 방향을 정립한 유교 사상가입니다. 그가 남긴 여러 글 가운데에 《애련설(愛蓮說)》이라는 짧은 글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 그는 연꽃의 생김새와 본성을 자세히 드러내고, 연꽃의 본능적 품성이야말로 군자가 지녀야 할 가장 으뜸 되는 품성이라고까지 이야기했어요. 유교 사상을 따른 우리의 옛 선비들도 주돈이의 《애련설》을 따라 연꽃을 좋아하고 그 품성을 따르려 한 것이지 싶습니다.

  연꽃을 관찰하고 감상하는 일은 언제나 고달픕니다. 무엇보다 연꽃이 피어나는 계절이 삼복의 뙤약볕 내리쬐는 한여름이라는 때문입니다. 게다가 연꽃이 자라고 피어나는 대개의 연못 근처에는 별다른 조형물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아 하늘에서 내려오는 한여름 뙤약볕을 고스란히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연꽃이 아름다운 연못 근처에 연꽃을 잘 감상할 만한 정자를 짓고, 그 정자에 《애련정(愛蓮亭)》이라는 이름을 붙인 듯합니다. 우리의 창덕궁 연못의 정자가 그 중의 하나입니다. 한여름에 연꽃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한 옛 선비들의 대책이었던 겁니다.

  연꽃은 생명력이 강인한 대표적인 식물입니다. 1952년 7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처음에는 1949년에 동경대 게미가와 후생농장에서 초탄을 채굴하던 중에 연꽃 씨앗을 발견했고, 그 시앗은 시카고대학의 핵연구소에서 연대를 측정한 결과 무려 2000년 전에 맺은 씨앗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때 관동학원 비상근 강사였던 식물학자 오가 이치로 박사는 1951년부터 이 씨앗의 발아를 시도해 마침내 1952년 7월 18일에 분홍색 꽃을 피웠습니다. 그러니까 2000년 동안 땅 깊은 곳에서 죽지 않고 깊은 잠에 들었다가 깨어난 것이었지요. 이 연꽃에는 오가 이치로 박사의 이름을 따서 ‘오가 연꽃’ 혹은 ‘이천년 연꽃’이라는 이름을 붙여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8년에 경남 함안 지역에서 고려시대 때 맺은 연꽃의 씨앗을 발굴해 발아와 개화까지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연꽃은 정말 생명력이 강한 식물입니다. 함안 지역의 발굴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남겨두겠습니다. 오늘 《나무편지》는 몸과 마음을 편히 쉬었을 휴가 철을 마무리하고 아직 날씨는 무덥지만 다시 연꽃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일상에 싱그럽게 복귀하시기를 바란다는 인사 말씀으로 마무리합니다.

  참 무더운 날들이 이어집니다. 일본 남부 지방을 통과할 것이라고 했던 태풍이 방향을 바꾸어 우리 한반도를 통과한다는 예보가 나왔습니다.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폭염에 태풍에..... 여느 해보다 힘겹게 지나가는 여름입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시든 건강과 안녕 잃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평안하십시오!

 

- 2023년 8월 7일 아침에 1,192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

  - 고규홍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