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들
- 기벌포에서
사라지기 위하여 걷는 사람이 있다
두루미의 다리로 휘청거리며
절대로 뒤돌아보는 일 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온 몸으로 받는 자세로
하염없이 걸어간다
그러나 그는 저 강이 시작된 눈물에 닿기 전에
길이 끊겨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고요에 닿기 전에
발걸음을 되돌린다
그리움이라는 집은 이미 불타고 없는데
탕진한 생生의 목마름으로
이미 껍데기만 남은 알 속으로 몸을 버린다
오늘도 그는 사라지기 위하여 걷는다
* 기벌포: 충남 장항의 옛 이름
'안부 (2021.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안하다 애인아 (0) | 2023.07.31 |
---|---|
이름을 부르다 (0) | 2023.07.18 |
화병 (0) | 2023.07.10 |
말표 고무신 260 (0) | 2023.06.30 |
손금 (0) | 2023.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