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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살아보니 / 김재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4. 17. 15:45

살아보니

 

김재진

 

 

교양은 있어도 인정 없는 사람보다

투박하더라도 따뜻한 사람이 좋다.

눈길을 끄는 미모보다

평범해도 부드러운 얼굴이 좋다.

거침없는 달변보다

마음이 담긴 눌변이 좋으며

두드러지게 반짝거리는 사람보다

있는 듯 없는 듯 편안한 사람이 좋다.

가르치려 드는 사람보다

배우려는 사람이 좋으며

아는 척 나서는 사람보다

모르는 척 물러서는 사람이 좋다.

잘 팔리는 책보다 마음에 오래 남는 책이 좋고

똑똑한 사람보다 덕 있는 사람이 좋다.

내가 잘해 상 받는 것보다

자식이 잘해 칭찬받는 것이 좋으며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해도 그것을 이겨내는 사람이 좋다.

돈 많은 사람보다

돈을 귀하게 쓸 줄 아는 사람이 좋으며

한때의 친구보다

무덤덤하게 오래가는 지인이 좋다.

남을 이기는 사람보다

나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좋으니

살아보면 인생은 이기는 것이나 지는 것이나

멀리 있지 않다.

 

 

 

거짓된 사람은 늘 자신을 드러내느라 시간을 허비하지요

 

살아보니 잘난 사람은 남이 먼저 알고, 똑똑한 사람도 남이 먼저 알아보고, 겸손한 사람도 남이 먼저 인정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도 그러하더군요.

깊이 없이 한 때 뜨거웠던 것들의 종말은 타버린 습자지의 재처럼 가볍게 허공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일 그램도 안 되는 기억에 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거짓된 사람은 늘 자신을 드러내느라 시간을 허비하지요. “남을 이기는 사람보다 / 나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좋으니 / 살아보면 인생은 이기는 것이나 지는 것이나 / 멀리 있지 않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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