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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AI혁명… 그 뒤에는 유대인 천재 4명 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2. 14. 13:14

세상을 바꾸는 AI혁명… 그 뒤에는 유대인 천재 4명 있다

[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54] 인공지능 세계대전

 

입력 2023.02.14 00:00

 
 
 

유대인 천재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은 오늘날의 컴퓨터가 있게 만든 장본인이다. 곧 멍텅구리 계산기에 인간의 뇌를 모방한 CPU를 부착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최초의 프로그램 내장 컴퓨터가 1950년의 ‘에드박’이다. 그래서 현대의 컴퓨터를 ‘노이만식 컴퓨터’라 부른다. 폰 노이만은 1932년에 아인슈타인과 함께 프린스턴 고등 연구소 최초의 종신 교수가 되었는데, 당시 그의 나이 29세였다. 그는 전공인 수학을 경제학과 물리학, 생물학에 접목해 새로운 이론들을 창시했다. ‘게임이론’을 창안한 경제학자이자 양자역학 발전에 공헌한 물리학자이며, 인공 생명을 연구한 생물학자였다.

                                                        인공지능 혁명을 이끈 유대인 과학자·기업가

 

폰 노이만은 1949년 ‘첨단 고등 장치의 이론과 구조’라는 논문에서 사람과 같은 지능을 가진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첨단 고등 장치’란 컴퓨터와 로봇을 의미하며, 컴퓨터가 인간의 집단 지성을 뛰어넘는다는 ‘기술적 특이점’에 대해 1953년에 최초로 언급한 사람도 폰 노이만이다. 그는 골수암으로 투병하던 말년의 ‘인공지능과 인공 생명’에 관한 연구를 자신의 가장 큰 성과로 간주했다. 노이만은 마지막 책을 병원에서 집필하다 1957년 사망했다. 미완성 원고는 훗날 ‘컴퓨터와 뇌’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레이 커즈와일은 1948년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발명가를 꿈꾸었다. 그는 MIT에 진학해 인공지능 권위자 마빈 민스키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커즈와일은 1982년 ‘커즈와일 뮤직시스템스’를 설립해 세계 최초의 디지털 신시사이저를 개발했고, 이후 이 회사는 우리나라 영창뮤직에 인수되어 커즈와일은 영창의 기술고문을 맡기도 했다. 이 외에도 커즈와일은 회사 9개를 설립해 큰돈을 벌었다.

 

그는 1990년에 쓴 ‘지적 기계 시대’를 통해 휴대폰 출현과 인터넷 유비쿼터스를 예측했고, 2005년 쓴 ‘특이점이 온다’에서는 “2029년에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컴퓨터가 등장하며, 2045년에 기계가 인류를 넘어서는 ‘특이점’이 도래할 것”을 예측했다. 그런데 이러한 예측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DALL-E에 의해서 제작된 ‘그림 그리는 로봇손’ 이미지. /샘 올트먼 블로그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도 그의 책에 깊은 인상을 받아 커즈와일은 2012년 구글의 ‘머신러닝과 자연어 이해’ 기술 이사로 일하게 되었다. 이후 구글은 2014년 영국의 ‘딥마인드’를 인수해 알파고를 개발했으며, AI 기업 30개 이상을 인수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 인력을 확보했다.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간 능력을 향상시켜 줄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낙관론만 펼치는 것은 아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발전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특이점 대학’을 설립했다.

 

유대인 요슈아 벤지오는 1964년생으로 딥러닝(심층 학습)의 대부로 제프리 힌턴, 앤드루 응, 얀 르쾽과 함께 인공지능 4대 천왕으로 불린다. 현재 몬트리올대학 교수로 있으며, 대학 내 ‘몬트리올 학습 알고리즘 연구소(MILA)’를 설립해 이끌고 있다. 벤지오 연구팀은 2014년 ‘이미지 캡셔닝’ 연구에 성공했다. 이미지를 입력하면 그 이미지를 글로 묘사해 주는 것이다. 같은 해 그의 애제자 이언 굿펠로는 텍스트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주는 기술의 원천 기술(GAN)을 개발했다. 2016년 그는 제자 이언 굿펠로, 에런 쿠르빌과 함께 책 ‘딥러닝’을 썼다.

 

2018년에는 제프리 힌턴, 얀 르쾽과 함께 ‘컴퓨터 과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는 AI의 영향에 대해 우려하면서 미 국방연구소와 중국인민군 등에 무기에 인공지능을 이용하지 말라는 항의 편지를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벤지오는 ‘삼성 AI 포럼’의 공동 의장이자 삼성 AI 교수로 삼성과 인연이 깊다. 이재용이 종종 AI 관련으로 그에게 자문을 구하며, 삼성전자는 벤지오 교수와 합작으로 몬트리올에 AI 연구소를 만들어 AI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샘 올트먼은 1985년 시카고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샘이 8살 때 컴퓨터계의 페라리 격인 ‘매킨토시’ 컴퓨터를 사주었다. 이 컴퓨터가 그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2003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해 2학년 때 중퇴하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올트먼의 첫 창업은 사용자를 주변 사람들과 이어주는 SNS ‘루프트’였는데, 이를 2012년에 매각한 후 세계 최고 벤처캐피털 ‘와이콤비네이터’에 입사했다. 이후 올트먼은 28세에 와이콤비네이터 대표로 발탁되어 2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이들을 지원했다.

 

2015년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행사에서 올트먼의 ‘구글의 인공지능 독점 견제론’에 일론 머스크가 크게 공감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인류를 위한 비영리 연구소 ‘오픈AI’를 공동 창업하게 된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 페이팔 마피아인 ‘페이팔’ 설립자 피터 틸과 ‘링크트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 등도 투자했다.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 발전이 인류에게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실제 이스라엘 기업이 2016년 인간의 명령 없이도 알아서 총을 발사하는 살상 로봇을 선보였고, 같은 해 러시아군도 인간의 개입 없이 적을 사살하는 킬러 로봇을 전선에 배치했다. 같은 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인공지능 관련 윤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파트너십 온 AI’라는 비영리 단체를 조직했다. 2017년에는 AI를 위험하다고 여기는 일론 머스크와 낙관적으로 보는 마크 저커버그 간의 논쟁이 이목을 끌었다. 이후 각국 정부와 IT 기업들이 ‘착한 인공지능’을 개발하자는 요지의 규정을 만드는 곳이 늘어났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자 오픈AI는 설립 당시부터 특허와 연구 내용을 무료로 개방했다.

 

2018년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AI를 개발하고 있어 비영리 기관인 오픈AI와 이해관계의 상충이 우려된다”며 이사회를 탈퇴했다. 2019년 3월 올트먼은 와이콤비네이터를 떠나 오픈AI에 집중했다. 같은 해 5월 자금난을 겪던 오픈AI는 방향 수정을 선언했다. “앞으로는 공익 목적을 우선하면서도 수익을 올리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변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0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해,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꾸어주는 ‘DALL-E’를 출시했고, 지난해 11월 말 ‘챗GPT’를 공개했다. 올트먼은 인공지능 이외에도 핵융합 기술에 관심이 많다. 그는 인류에게 초저가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꿈을 갖고 최근 소형 핵융합 발전기 개발 기업 헬리온에 3억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챗GPT가 개발된 배경에는 2017년 구글이 발표한 학습 모델 ‘트랜스포머(Transformer)’ 기술이 있어 가능했다. 글의 맥락을 잡아내는 기술이다. 이렇듯 인공지능 분야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며,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따라갈 수 있는 분야이다. 우리 기업들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인공지능 대전(大戰)이 시작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가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를 공개한 지 두 달 만에 하루 1000만명, 월 1억명이 사용하고 있다. 실로 놀라운 돌풍이다. 가장 당황한 경쟁 기업은 구글이다. 그간 ‘인공지능 윤리’ 등을 의식해 공개를 꺼리던 구글이 다급해졌다. 인공지능의 지식재산권 표절 문제도 아직 해결 못 했지만 구글은 지난 2월 8일 비슷한 서비스 ‘바드(Bard)’를 공개해 맞불을 놓았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들의 검색엔진 ‘Bing’에 챗GPT를 탑재한 후 이를 구글 행사 하루 전에 공개해 구글의 맞대응을 김빠지게 만들었다. 동시에 이는 구글이 주도하는 검색엔진 시장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이 둘만의 싸움이 아니다. 아마존, 애플, 메타, 중국 바이두, 우리나라 네이버, SKT, 삼성, LG 등도 인공지능 대전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상반기에 ‘서치GPT’를, SKT는 하반기에 ‘에이닷’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로써 인공지능 대전이 인류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 또는 위협이 될 것인지가 현실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공지능 대전 뒤에는 이를 개발한 유대인 과학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