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편지] 아쉬움 남기고 봄꽃 떨어지지만, 아직 숲에 남은 봄꽃들을 찾아서
그토록 찬란했던 봄꽃들이 모두 시들어 떨어졌습니다. 예년에 비해 일주일 쯤 늦게 만개한 벚꽃은 고작 열흘 정도 머무르다 떠났고, 잎보다 먼저 노란 꽃잎으로 새 봄의 전주곡을 알리던 개나리 가늣한 가지의 꽃진 자리에는 초록의 잎들이 무성하게 올라왔습니다. 화려한 봄꽃의 상징인 목련 하얀 꽃잎도 이제 다 떨어졌어요. 언제나 그렇지만, 기다렸던 시간은 길기만 했지만, 지나가는 순간이 너무 짧은 봄이어서, 아쉬움은 크기만 합니다.
그러나 아쉬워 하지 마세요. 지금 우리 가슴에 아쉬움 남기고 떠난 목련 종류는 하고한 목련 종류 가운데에 한 가지 혹은 몇 가지에 불과합니다. 자목련은 지금이 한창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아직 꽃봉오리조차 여물지 않은 목련 종류도 있으며, 자목련 종류에 이어 노란 색의 특별한 꽃잎으로 피어나는 황목련 종류도 있습니다. 황목련 종류는 아마도 이달 말 되어야 피어나기 시작해서 오월 초까지 피어날 겁니다. 거기서 그치지도 않습니다. 칠월 중순께에 꽃 피우는 목련 종류도 있습니다.
목련에 관한 한 세계적인 수목원인 저희 천리포수목원의 목련들은 이번 주가 절정입니다. 서해의 차가운 바닷바람 때문인지, 언제나 서울에 비해 천리포 숲의 목련들은 보름 정도 늦습니다. 천리포 숲에는 아직 채 피어나지 않은 목련 종류의 꽃들이 수두룩합니다. 우리 수목원에서 자라는 팔백오십 종류의 목련들이 차례대로 꽃 피우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천천히 우리의 숲을 화려하게 밝힐 겁니다.
하기야 목련 아니어도 우리 곁을 환하게 밝히는 꽃은 참 많습니다. 돌아보면 우리 곁에는 늘 사람살이를 평안하게 하는 나무와 그 나무의 꽃이 있습니다. 도시 길가에서 아무렇게나 피어나는 꽃마리 꽃은 지금 한창입니다. 꽃마리 꽃 사이에 우뚝 솟아오른 냉이 꽃도 그렇고, 그 곁 보도블록 틈을 뚫고 솟아난 제비꽃 민들레도 그렇습니다. 모두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생명들입니다.
《나무편지》 띄우는 오늘은 천리포수목원에서 하루를 보낼 겁니다.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지만, 적지않은 시간 동안 지금 막 피어나는 목련 꽃들을 만나서 미뤄두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겠습니다. 또 올 봄 들어 처음 만난 새로운 빛깔의 작은 무스카리 꽃과도 다시 인사 나누고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나무편지》에서는 천리포 숲의 봄꽃 이야기들을 더 풍성하게 전해드리기로 약속드리고, 오늘의 《나무편지》는 짧게 마치겠습니다.
모두 평안하십시오!
고맙습니다.
- 4월 18일 아침에 …… 솔숲에서 고규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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