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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가장슬픈노래

어머니를 걸어 은행나무에 닿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8. 18. 15:58

어머니를 걸어 은행나무에 닿다

 

구백 걸음 걸어 멈추는 곳
은행나무 줄지어 푸른 잎 틔어내고
한여름 폭포처럼 매미 울음 쏟아내고
가을 깊어가자 냄새나는 눈물방울들과
쓸어도 쓸어도 살아온 날보다 더 많은
편지를 가슴에서 뜯어내더니
한 차례 눈 내리고 고요해진 뼈를 드러낸
은행나무 길 구백 걸음
오가는 사람 띄엄띄엄 밤길을 걸어
오늘은 찹쌀떡 두 개 주머니에 넣고
저 혼자 껌벅거리는 신호등 앞에 선다

 

배워도 모자라는 공부 때문에
지은 죄가 많아
때로는 무량하게 기대고 싶어
구백 걸음 걸어 가닿는 곳

 

떡 하나는 내가 먹고

너 배고프지 하며 먹다 만 떡 내밀 때
그예 목이 메어 냉수 한 사발 들이켜고 마는

 

나에게는 학교이며
고해소이며 절간인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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