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道詵寺에서 보리수 까지
법당 안에 금빛 가사를 걸친 부처가 말한다
극락은 없다
처음에는 발바닥 아프고
다리 풀리고, 당기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난 후
비로소 머리 속에 가득 차는 어지러운 굴복
백 팔 번 너는 내 앞에 무릎 꿇은 것이냐
너는 너에게 무릎 꿇은 것이냐
도선사는 도선사 안에 없고
부처는 부처 안에 없고
부처 안에는 너의 어지러움이 없으니
길고 긴 언덕길 가슴 문대며 오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그냥 쉬었다 가거라
섬돌에 주저 앉아 청청한 보리수 바라보느니
서 있는 듯 하다가
가부좌 튼 듯 하다가
아예 허공에 등짝 들이대고 누워 있는 듯 하다
아무도 보리수에 경배하지 않는다
향 올리지도 않는다
가끔 몸 뒤척이다가
사천왕 문 밖으로 서둘러 나선다
극락은 저 아래 낮은 곳에 있다
저 아수라 속에
저 화염 속에
푸른 잎 하나가
문득 떨어진다
소신공양 하려는지 보리수
노을을 온몸에 끼얹는다
순간 내가 나타났다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