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04 08:50 | 수정 : 2016.02.04 09:31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날이었다.
동굴 안은 생각보다 훨씬 아늑하고 포근했다. 내부 온도가 사시사철 15도 안팎을 유지한다고 했다. 문화관광해설사 이해송씨는 "동굴 안 온도는 보통 그 지역 연평균 기온과 일치한다"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니 일년 내내 좋은 관광지가 된다"고 했다. 천연 석회동굴이 확인된 것만 200개가 넘는다는 국내 대표적인 동굴 관광지 단양을 찾아가 봤다. 원시인들이 왜 동굴에서 살았는지 절로 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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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섬세한 천동동굴
충청북도 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된 천동동굴은 소백산 연화봉 줄기에 있다. 약 4억5000만년 전부터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1976년 주민들이 박쥐를 잡으러 들어갔다가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매표소를 지나 가파른 산길을 5분 이상 걸어 올라야 굴 입구에 다다른다. 입장하기 전엔 안전모 끈이 벗겨지지 않도록 단단히 조여 매야 한다. 입구에서 20m 정도를 거의 기어가다시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얇은 옷 한 겹만 입었는데도 좁은 벽 사이를 통과하거나 낮은 천장 아래를 엉금엉금 엎드려 지날 때 꽤나 힘이 들었다.
좁은 입구를 통과하고 나면 둥근 광장이 나온다. 천동동굴은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이 광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 총거리가 900m쯤 된다. 이 아담한 광장을 종유석, 석순, 곡석, 석화 등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동굴 생성물이 가득 채워 숲을 이루고 있다. 흰색에서 노란색, 붉은색, 녹색까지 다양한 빛깔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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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는 가늘고 짧은 종유관이 마치 별이 쏟아지는 것처럼 촘촘히 매달려 있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천동동굴은 지하수 침투량이 적어 종유석과 석순이 느리게 형성된다고 한다. 그 형태가 정교하고 섬세하기로 유명하다. 겨울에 동굴 내부 물이 많이 빠지는 바람에 원래 연못 속에 잠겨 있던 꽃쟁반, 포도송이, 영지버섯 모양 생성물이 또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웅장하고 재미난 온달동굴
천연기념물 제261호로 지정된 온달동굴은 온달관광지 안에 있다. 온달 장군이 신라에 빼앗긴 고구려 영토 회복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자리다. 천동동굴에 비하면 규모가 웅장한 편이다. 처음엔 걸어서 들어가지만, 중간중간 무릎으로 기거나 몸을 숙여 미끄럼을 타야 하는 곳이 있다. 동굴을 찾아온 어린이들 사이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총길이 800m의 연회색 석회암 동굴이다. 입구가 남한강변에 있어 강물 수위가 높아지면 동굴이 물에 잠기기도 한다. 내부에 물이 많은 편이어서 '호수동굴'로도 불린다. 온도는 연중 14~16도를 유지한다. 외투를 입고 들어갔는데 한 시간쯤 머무니 땀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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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동굴 내부를 깎아내려 천동동굴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형태가 단조롭다. 코끼리를 닮은 종유석, 천장에서 내려온 종유석과 바닥에 굳어진 석순이 서로 만난 모습을 선녀와 나무꾼에 빗댄 것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이 있다.
단양 온달산성 트레킹
반달형의 띠처럼 생긴 온달산성(사적 264호)은 고구려 평원왕의 사위이자 우리에게는 평강공주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온달장군의 무용담의 배경이 된 장소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온달장군이 하룻밤새에 이 성을 쌓았고, 또한 신라와의 전쟁에 나간 온달장군이 이 곳에서 신라군의 화살을 맞아 전사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단양군에서 1997년에 조성한 이 온달관광지 안에는 온달산성과 함께 온달동굴이 있다. 원래 이름은 남굴이었지만 이 일대를 관광지화하면서 온달동굴로 이름이 바뀌었다. 4억 5천만년전부터 생성되었다고 하는 석회암 천연동굴인 온달동굴은 성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261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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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에 들어갈 때에는 입구에 놓인 헬멧을 쓰는 것이 좋다. 가끔씩 아이들 키 높이로 몸을 낮춰 지나가야 하는 구간이 등장하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으면 머리를 부딪칠 수 있다. 동굴 내부 온도는 계절에 관계없이 15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데, 동굴의 통로 옆으로 맑은 물이 흘러 더욱 시원하고 신비로운 느낌이며, 이곳은 산천어, 박쥐 등이 공존하는 행복한 생태계이기도 하다. 동굴의 길이는 약 800m 정도로, 돌아보는 데에 약 30분가량 소요된다.
동굴탐험까지 모두 마치고 나왔다면, 이제는 깔끔하고 아담하게 단장된 온달 테마공원과 온달 전시관을 만날 차례이다. 온달관은 온달장군 인물소개, 고구려 영웅들의 일대기, 고구려인들의 생활 문화, 고분벽화, 문화예술 등을 테마로 하고 있다. 온달 테마공원에는 정겨운 장승과 온달산성 미니어처 등이 눈에 띈다. ▷기사 더보기
볼거리·먹거리 많은 단양
삼국시대부터 6·25 때까지 단양에는 전쟁이 끊임없었다. 충청·강원·경상 3도 접경지에 남한강이 감싼 군사 요충지였다. 단양 군내에 산성이 20개가 넘는다. 고구려, 신라, 백제 세 나라가 단양, 특히 영춘면 지역을 두고 엄청나게 싸웠다. 이름은 을아단(乙阿旦·고구려), 자춘(子春·신라), 영춘(永春·고려)으로 바뀌었다가 1914년 단양군과 합쳐졌다. 최종 승자는 신라였다.
옛 군사 요충지는 대개 천혜의 관광지로 바뀌었다. 단양이 그러하다. 하늘이 좁아 보이는 이 산골에 정도전이 찬양한 도담삼봉이 있다. 정도전은 이 삼봉을 자기 호(號)로 삼았다. 낮도 낮이지만, 조명 속에 빛나는 물속 세 봉우리는 사람이 만든 듯 정교하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은 속이 다 후련하다. 북쪽으로는 영월이, 남쪽으로는 수안보와 영주가 코앞인지라 단양에 숙소를 두고 며칠씩 여행을 하기에도 효율적이다. 군청이 있는 읍내에는 천하 절경을 편히 즐길 수 있는 숙소와 맛집이 많다. 옛날도 마찬가지여서 영춘 현감은 이 첩첩산중에 울면서 부임했다가 그 절경과 순박한 인정에 울면서 이임했다고 했다. ▷기사 더보기
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해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북단양IC→5번 국도→단양. 단양 시내에서 고수대교를 건너 차로 10분쯤 달리면 천동관광지가 나온다. 동굴(043-422-2972) 주변으로 계곡과 오토캠핑장 등이 있다. 천동동굴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초등학생 2000원. 오후 5시까지.
온달동굴은 단양 시내에서 구인사 방면인데 차로 30분쯤 걸린다. 온달관광지(043-423-8820) 안에 동굴과 드라마 세트장, 온달산성, 온달 전시관이 함께 있다. ‘정도전’ ‘장영실’ 등 숱한 사극을 이곳 드라마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성인 5000원, 초등학생 2500원을 입장료로 내면 온달관광지 전체 관람이 가능하다. 천연기념물 제256호로 지정된 고수동굴은 오는 7월까지 보수 공사로 문을 닫는다.
주변 맛집 단양 특산품인 마늘은 물 빠짐 좋은 석회 황토지대에서 생산돼 단단하고 아린 맛이 덜하며 단맛이 난다고 한다. 시내 중앙에 있는 구경시장에는 마늘을 파는 상점이 많다. 흑마늘닭강정(043-422-2758), 마늘순대(043-421-4292), 마늘만두(043-423-0955), 마늘크로켓(043-423-2849) 등 마늘을 이용한 각종 먹거리가 유명하다. 장다리식당(043-423-3960) 등 여러 곳에서는 마늘정식을 낸다. 마늘솥밥과 마늘로 만든 각종 반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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