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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시는 배를 채우지는 못하지만 정신의 거름이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6. 8. 12:49

 

시는 배를 채우지는 못하지만 정신의 거름이다

 

     尹錫山

 

나이 일흔을 바라보며

가끔은 일어나는 욕망마냥

시란 놈, 가끔은 불뚝거린다

 

이제 시란 나에게 이렇듯

주책없는 것인가

젊은 사람들이 모여 떠드는 자리

슬그머니 피해

혼자 소주나 따르는

 

그러나 가끔은 일어나는

나의 쓸쓸한 욕망

대책 없이

오늘도 다만 기웃거리기만 하는

오랜, 아주 오래된 그 골목.

 

 

워드워즈는 말했다. 시는 감정의 분출이라고! 그러나 희노애락오욕칠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고 시가 되겠는가? 단순한 삶의 기록으로 만족할 수도 있겠으나 시는 정신의 숙성과 여과 과정을 통하여 존재의 의미를 되물을 때 의미가 있다. 경전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경지를 보여주지만 시는 그 경지에 다다르려는 욕구의 도정일 뿐이다. 칠순을 앞둔 시인에게 시는 이제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룰 것은 이미 이루었고 이루지 못한 것을 더 이상 채우지 못하는 현실을 깨달을 때 젊은 날의 분기탱천을 실어 나르는 저 우주를 향한 상상의 날개는 쓸쓸한 욕망을 반추할 뿐인가! 지나쳐 왔던 그러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주 오래된 골목을 슬금슬금 바라보는 오후 3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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