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문학은 자유와 치유를 위하여 존재한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6. 1. 13:28

문학은 자유와 치유를 위하여 존재한다

나호열 (시인, 경희대학교 교수)

인문학의 위기가 심심하지 않게 거론되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인문학은 문학과 철학 그리고 역사를 아우르는 말인데, 즉시적인 실용적 가치가 떨어지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음은 전 세계적인 조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간의 경쟁이 심해지고, 산업화의 여파로 자연과 인간과의 괴리가 심화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져 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철학이 영원불변의 진리를 찾아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며, 역사가 과거의 사실을 통해 현실을 반성하는 것이라면, 문학은 비판적 관점과 반성의 통로를 거쳐 정서를 고양하는 행위입니다. 강열한 감각의 자극이 넘쳐나고 규격화되고 자동화되어가는 삶의 양식을 벗어나서 자아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되찾고자 하는 열망은 문학을 통해 구현될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한 개인으로서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고 하는 자기 확인, 억압으로 다가오는 희노애락의 표출을 통해서 참다운 정서를 구현하는 문학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지속될 것이 분명합니다. 참다운 정서는 이분법적 사유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자연과 인간의 대립구조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계층 간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만물동근 萬物同根이면서 화이부동 和而不同의 경지를 넘나드는 것입니다. 회화 繪畵와 음악과 달리 문학은 역사적 연속성을 지닌 채 사회적 약속으로 통용되는 문자文字로 형상화되는 까닭에 우리 생활 가까이에 존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학은 대중들의 애호 愛好를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교육현장에서의 문학교육의 홀대로 말미암은 대중들의 향수 능력의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문학, 더 나아가서 예술 전반에 미치고 있는 경제적 잣대, 즉 실용성과 효율성에 경도된 현대사회의 병증 病症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동두천 문학』 제 15집은 위에서 말씀드린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난관들을 헤쳐나가면서 새로운 정서의 활로를 개척한 결과물입니다. 물질문명에 침식당한 채 황폐해져가는 심성과 개발논리에 신음하는 자연의 울부짖음을 증언하면서 자연과 인간과의 교감을 노래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진 불신과 갈등의 벽을 허물어뜨리고자 하는 각고의 흔적이 『동두천 문학』 제 15집에 가득 담겨져 있음은 문학의 길을 함께 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기쁘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묶이면서 시공 時空의 제약이 사라진 지금, 동두천 문학은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문학의 불모지인 동두천에 문학의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동두천 문인 여러분의 노고를 이어받아 동두천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할 신진 작가들을 배출해내는 것이 그것입니다. 동두천을 대표하는 콘텐츠를 찾아내고 트랜드화하는 일은 성년으로 달려가는 동두천 문학인의 저력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두천 문학』은 단지 동두천 문인들의 소유가 아닙니다.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동두천 시, 문화원을 비롯한 유관 단체, 더 나아가서 10만 동두천 시민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현실의 모든 억압과 고통을 참다운 정서를 자유로 승화시키는 일, 외롭게 소외된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 그 모두 가『동두천 문학』이 지켜내어야 할 덕목일 것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의 길목에서 『동두천 문학』 제 15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