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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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경험의 겸손함에서 온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2. 2. 00:41

 

주덕현은 만학도이다. 그는 대학에서 외식경영을 공부하고 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강의실에서였고 한 학기동안 그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삶을 알차고 보람있게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 세상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기뻐했다. 교언영색하는 정치인들, 관료들, 탐욕에 찌든 1%의 가진 자들에게 분노를 느끼면서도 99%의 장삼이사의 삶이 과연 정직하고 정의로운가를 생각해볼 때 나는 분명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 없다. 분별없는 증오는 삶을 갉아 먹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세계는 증오와 분노를 가르치고 거기에서 나오는 더러운 이익에 골몰하는 이전투구에 다름 아니다( 어느 시대인들 그렇지 않겠나?). 그래서 주덕현과 같은 사람들이 우리에게는 더욱 많이 필요하다

 

 

 

 

지혜는 경험의 겸손함에서 온다

 

나호열( 시인, 문화평론가)

 

현대인의 재앙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질병, 자연재해로부터의 공포? 전쟁과 기아?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런 재앙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은 없었기 때문에 딱히 오늘날에 국한된 재앙으로 규정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박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나는 현대인의 불행은 지나친 탐욕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산업 혁명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이 기간 만큼 풍요를 누렸던 때는 없었다고 볼 때 과도한 물질에의 탐욕이 인간을 더욱 빈곤의식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타인보다 더 많은 재화를 갖는 것이 성공의 좌표라고 믿으면 믿을수록 우리의 정신은 그만큼 가난해진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기 싫은 것이 재앙의 시작이고 결말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진정한 성공은 지나치게 소유하지 않고 그 소유를 자신의 것으로만 여기지 않고 타자에게로 돌리는 여유를 가질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주덕현과 함께 성공식당 만들기』의ㅣ 저자 주덕현은 성공한 사람이다. 남들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고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이미 가진 사람인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이루어야 할 목표에 대한 열정은 분명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덕목일 텐데 주덕현은 그 모두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내가 주덕현을 성공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하기 마련이다. 그런 부러움과 칭찬이 차고 넘치게 되면 바로 그 때 성공했다고 자타가 공인한 그 사람은 자신감이 넘치는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거만과 나태, 사치로 떨어지기 쉬운 법이다. 그런데 주덕현은 인구 人口에 회자 膾炙 되는 문전성시 체인화된 음식점을 운영하고 손님이 끊이지 않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주는 후덕한 인상 그대로 덜어내고 나눠주는 일상의 삶을 견지하고 있다. 흔히 성공한 사람들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다. 지나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거만함과 과거를 매몰해버리는 사치스러움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초심을 잃지 않는 내공이 엿보인다. 그래서 쉽게 허점이 드러날 것 같은 그의 용모와 언변을 놓고 함부로 그를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실패와 좌절을 딛고 깨달은 예지와 관찰력이야말로 주덕현의 성공을 이루어낸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현대사회는 지식과 정보의 사회이다. 지식과 정보의 용어가 별개의 것은 아니겠지만 남들이 체감하지 못한 정보를 갖는 일, 그 정보를 체계화해서 지식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체계화된 교육 시스템은 마음 정하기 따라서 얼마든지 우리에게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IT의 위력은 수많은 정보들을 어렵지 않게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놓았다. 그래서 지식을 축적하는 일, 주어진 정보를 체계화된 지식으로 전문화하는 일은 성공의 필수 조건은 아닌 셈이다. 주덕현이 운영하는 《광능 불고기》는 간판이 없는 음식점으로 유명하다. 다 알다시피 주덕현은 《광능 불고기》를 운영하기 전에 참담한 시련을 겪었다. 한 마디로 《광능 불고기》집에 간판이 없는 까닭은 간판을 매달 자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간판이 없는 음식점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는 언론과 방송매체들이 소개하는 맛집들에 열광하여 우루루 몰려다녔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또 그런 맛집들이 소문과 달리 맛이 떨어지거나 서비스가 형편없는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는 실망감을 가졌던 기억도 가지고 있다. 한 집 걸러 걸려 있는 맛집 간판에 우리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 그 대신 여가의 확대와 네티즌의 확산은 우리의 외식문화를 새롭게 만들고 소비자 스스로가 맛집을 평가하고 그 정보를 공유하며 소개하는 자가증식의 새로운 양상을 만들었고 그런 흐름에 《광능 불고기》가 자연스럽게 편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새로운 소비자들은 다양한 미적 감각을 지니고서 특색을 가진 맛집들을 선별하는 혜안을 지니게 되었다. 번호표를 받아들고 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먹는 불고기 백반에 대한 평가는 소비자들에게 맡기자. 분명히 《광능 불고기》에는 다른 음식점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독특한 철학이 숨어져 있다. 그 독특한 철학에 매료되거나 매료되지 않음 또한 소비자의 취향에 달려 있다.

 

『주덕현과 함께 성공식당 만들기』는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시각을 전해줄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주덕현 따라 하기”가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먼저 주덕현이 실패를 딛고 어떻게 재기의 길을 걸었는지 그의 도전의식과 열정을 배워야 한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먼저 자신의 생업에 애정을 갖는 일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주덕현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주덕현 식의 아무도 가보지 않는 길을 개척한 사람이다. 아무리 풍부한 지식과 정보로 무장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지혜로 승화되는 것은 아니다. 『주덕현과 함께 성공식당 만들기』는 자신의 일에 대해 어떻게 열정을 불러 일으키고 어떻게 고객을 감동 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체험의 기록이다. 주덕현에게 있어서 경험은 매우 겸손하다. 이 말은 오늘날의 성공이 지나간 경험에서 비롯되기는 했지만 그 경험은 항상 미래를 향해가는 디딤돌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과 통한다.

 

『주덕현과 함께 성공식당 만들기』는 성공의 비법을 알려주는 지침서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람들 관계를 진솔하게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인생 수양의 교본이기도 할 것이다.

 

덧붙여 『주덕현과 함께 성공식당 만들기』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이익의 0.001%는 이웃을 위해 쓰자

 

요즘처럼 식당 경영이 어려운 때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낮아지고 가계부채 규모가 커져 외식 경기도 덩달아 침체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식당업은 근본적으로 베푸는 장사다. 말 그대로 한솥밥을 고객과 함께 나누는 업종이다. 금액이 얼마가 되었던 간에 나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생겼다면 최소한 그것의 0.001%는 나보다 힘들어하는 이웃을 돌아보고 그들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

이때 ‘내가 시혜를 베푼다’거나 ‘도와준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내가 더 가졌으니 네게 준다’는 자만심이 조금이라도 묻어난다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 얼핏 생각해보면 모진 맘을 먹고 오로지 돈만 바라보고 장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주위에서 성공한 사장님들은 대개 잘 베푸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내것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잘 베푼다. 그런 자세가 내면화 되어 있다.

의정부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ㄱ 사장님은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점심에 자기 동네의 생활보호대상자 청소년들에게 자장면을 무료로 배달해준다. 처음에는 자신의 아들이 중학생이었을 때, 아들의 친구 하나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자장면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었던 것을 보고 안타깝게 여겨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 학생의 이웃에 사는 비슷한 처지의 초중고생들에게까지 하나씩 둘 씩 무료 배달 범위를 늘려 나가다보니 지금은 그 숫자가 적지 않다. 아들이 자라 지금은 군에 입대했지만 ㄱ 사장님은 지금도 어린 학생들에게 자장면을 먹인다.

하지만 그 동네에서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학생들에게는 비밀로 했고, ㄱ 사장님도 남들이 알까봐 무척 조심한다. 혹시라도 알려지면 학생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것을 우려해서다. ㄱ 사장님의 형편은 지금이나 그때나 풍족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인생 50을 넘긴 시점에서 큰돈은 벌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실패한 삶은 아니라는 뿌듯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물론 다 큰 아이들이 가끔씩 먹을 것을 사들고 찾아와 ‘예전에 맛있게 잘 먹었다’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기도 하지만 그 아이들이 알아주건 말건 그건 ㄱ 사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생각인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자기가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도 못 하는 것 같다.

물론 베푼다고 다 식당을 성공으로 이끌 수 없겠지만 최소한 인색함이 외식업의 성공조건은 아닌 것 같다. 퍼주고 베풀다보면 어느 사이에인가 고객들에게도 그 마음이 통하게 되어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것을 노리고 베푸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사람의 마음은 금방 눈에 띄게 마련이다.

나도 식당을 열고 초장기부터 커피 자판기를 이용해 이웃과 함께 나누어오고 있다. 커피 값으로 손님이 낸 금액만큼 내가 더 보태서 기금을 만들어 기부한다. 손님이 반, 내가 반씩 모아 소외된 이웃과 나누는 것이다. 사실 마음 속으로는 좀 더 많이 벌어서 많이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아마 그런 나뿐만 아니라 그런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넉넉지 않지만 새로 옮긴 식당 옆에 <광릉나눔가게>를 지어 공익단체에 기부하였다. <광릉나눔가게>는 돼지떡갈비(600g, 1만2000원), 매운떡갈비(600g, 1만4000원), 소떡갈비(600g, 1만4000원) 등 떡갈비와 뻥튀기,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을 팔아 그 수익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비영리 민간단체의 가게다. 나의 오랜 숙원 하나를 이룬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