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의 눈
퇴로를 무너뜨리면서 앞으로 앞으로 기어가는
두더지의 작은 눈은 언젠가는 터져 버릴지 모르겠다
어둠 속에서 어둠을 더욱 어둠답게 보는 일처럼
가슴 따뜻한 일이 또 있을까
언젠가 언젠가 지상으로 돋아오를 때
아주 미세한 빛에도 눈은 스스로 문을 닫았지만
하늘을 훔쳐본 잠깐의 죄
길섶에 무심히 피어있는 애기똥풀로 지상에 남았다
어쩔 수 없이 땅 밑으로 숨어들어갔지만
세상을 여전히 그리워 한
두더지를 생각한다
그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지상으로 고개 내민 두더지의 눈과 마주친다.
사상과 문학 2013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