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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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두더지의 눈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3. 5. 01:45

 

두더지의 눈

 

 

퇴로를 무너뜨리면서 앞으로 앞으로 기어가는

두더지의 작은 눈은 언젠가는 터져 버릴지 모르겠다

어둠 속에서 어둠을 더욱 어둠답게 보는 일처럼

가슴 따뜻한 일이 또 있을까

언젠가 언젠가 지상으로 돋아오를 때

아주 미세한 빛에도 눈은 스스로 문을 닫았지만

하늘을 훔쳐본 잠깐의 죄

길섶에 무심히 피어있는 애기똥풀로 지상에 남았다

 

어쩔 수 없이 땅 밑으로 숨어들어갔지만

세상을 여전히 그리워 한

두더지를 생각한다

그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지상으로 고개 내민 두더지의 눈과 마주친다.

 

 

 

사상과 문학 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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