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호수 / 나호열
나
이제
가을 호수가 되었습니다
그리움의 들 물길이
외로움의 날 물길보다
깊어
나 이제
어디로든 갈 수 없습니다
길이 없어
흰 구름만이 철새처럼
발자국을 남기고
눈도 씻고 가는 곳
당신의 얼굴
가득히 담아
바람은 가끔
물결을 일렁이게 하지만
당신이 놓아준
작은 숨결들을
속으로만 키우는 기쁨입니다
나
이제
가을 호수가 되었습니다
당신만을 비추는
손바닥만한
거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