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과 놀다 / 나호열
뒤축이 닳은
고단한 신발 벗어놓고
정적을 건넌다
내력을 모르는 난초
한 뼘 박토에 발목 묻고
한 송이씩
꽃봉오리를 떨군다
향기가 없는
꽃은
천천히
아름다워져
이윽고 후일을 믿지 않는다
불임의 화분처럼
너덜해진 신발처럼
정적은 오랫동안
내 곁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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