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꿈 / 나호열
오늘도 느릿느릿 걸었다
느릿느릿 뛰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걸었다
성급하게 인생을 내걸었던 사랑은
온몸을 부벼댈 수 밖에 없었던
세월 앞에 무릎을 꺾었고
나에게는 어차피
도달해야할 집이 없다
나는 요가수행자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잠을 구겨 넣는다
언제나 노숙인 채로
나는 꿈꾼다
내 집이 이인용 슬리핑백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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