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밤 / 나호열
불을 끄세요, 짙은 어둠 속에서만 보이는 내 모습을 바라보아 주세요, 사르르 물 흘러가는 소리, 부끄러움으로 신발 길게 끄을고 가는 숲 속으로 발자국 따라오세요.
작은 불씨 하나를 태풍 앞에 던진다. 단단히 결박시킨 신경의 작은 배들, 부동의 신념 같은 나무들이 신음 소리를 낸다
꺾이고 부러지고 불어나는 물길이 불길로 번진다. 감추어 두었던 바람들이 탈옥 의 질주를 벌이고 산은 그에 제 몸을 무너뜨리고 만다. 산이 키워 온 적막이 별안 간 영원을 보여 준다.
이 지상의 가장 높은 산과 가장 깊은 바다, 달려도 달려도 끝나지 않는 평원이 제멋대로 몸을 바꾸고 백 년을 잠들어 있던 꽃들이, 탑들이, 엉켜있던 길들이 하나 로 불춤을 추고 있다.
사랑이여, 지옥에서 바라보는 천국이여,
산란하는 수 만 마리의 흰 물고기 떼
아, 그대는 어느새 그것들을 하늘의 등불로 매달아 미리내로 흘러가게 하는구나
노저어 노저어 다시 그 우주로 돌아오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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