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12
만월(滿月) /나호열
마음에 등을 달아 놓으려다
그만
바람결에 끈을 묶어 놓았다
헤진 솔깃 기울 수 있을 만큼만
불 밝혀 놓으면
길고 모진 밤도 서럽지 않아
너울대는 그림자도 친구가 되지
바람 따라
날아가 버린 등은
저 혼자 차 올라서
고개 마루턱에 숨차게 걸려 있다
이 밤
먼 길 떠나려는 사람의 발 밑에
또르르 굴러가는 이 마음은
왜 이리 시리기만 한가
시집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포엠토피아,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