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23일,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나호열
- 양희은 콘서트
가파른 계단. 내 목숨이 종루에 올라 바람소리 내던 날
한 세월 흘러온 歌人과 딱딱한 나무 긴 의자 같은,
냉기 가릴 데 없는 자들의 고해성사 같은 밤
한계령 고갯마루 올라가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작은 연못 물고기 한 마리 살지 않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현을 튕기자 아침이슬
기도소리 같은 웅얼거림, 하나 둘 박수를 쳤다.
한계령이 인생의 반환점이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지우다만 일기장
아침이슬은 끝내 보석이 되지 못하고
작은 연못은 썩은 눈물로 산성화되고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목이 매이고 메어
가슴으로 둥둥둥 박수를 쳤다
가시를 속으로 끌어안고
제 살 속을 파고드는 가시에 찔려
울어보고 싶어서
가사도 모르는 노래를 그냥 둥둥둥
세월의 빈 테이프 속에 밀어넣어도
재생되는것은
바람소리, 종소리,어디론가 흩어지는 낙엽들의 발자국 소리
우리는 서둘러 지하철의 굉음속으로 사라져 갔다.
*한계령,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작은 연못, 아침 이슬,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양희은의 노래 제목
시집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2000, 포엠토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