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섬
섬들이 부딪치지 않으려고
파도로 외로움을 만드는 시간
눈에 불심지를 매단 차들이
조심조심 좌우로 앞뒤로
순례의 길을 간다
섬 속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섬
무언의 깜빡이를 켜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는
신을 닮은 우리는 스스로 고독한 채
말문을 닫는다
길 위에 떠도는 다도해
긴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해도
물 속에 다리를 묻은 두루미처럼
몹시도 가려운 그리움의 바닥을 쳐다보며
커엉컹 개 짖는 소리 들린다
급히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어둠의 벼랑 아래로 아득히 추락하는
떠도는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