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
이제는 가닿을 수 없는
잠시라도 머물렀어야 할 간이역 같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봄날이라고 말하기엔 이른
끝나기도 전에 깨버린 꿈처럼
어느 사람의 다비가 저리도 장엄한가
불타 버리고 남은 남루가 얼마나 컸던지
남루 속의 육신이 더 큰 남루인 것을 알았던 것인지
가볍고 뭉글거려서 만져보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지상으로 내리는 꽃눈
하염없이 창가에 기대어
나비들의 군무라고 받아 적으려 하였으나
그것도 오답이라고
흙탕물을 튕기며 껄껄 웃는
그 사람은 누구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