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무에게
이제 그곳에 가지 않습니다
눈 감고도 먼 길을 갈 수 있는데
왠지 눈 앞이 자주 흔들립니다
어느 날에는 한 페이지의 적막을 읽다 오고
또 어느 날에는 민들레처럼 주저앉아서
솜털 같은 생각들을 날려 보내기도 했었지요
한 그루 나무 앞
구름을 타고 가기도 하고
바람을 따라 터벅거리며 한없이 가벼워지기도 했었지요
늘 그는 혼자 중얼거리는거지요
어느 날은 무반주 첼로의 음표를 쏟아내고
어느 날은 낙타의 고향을 이야기 합니다
이제 그곳에 가지 않습니다
한 그루 나무 앞
스스로 탑이 되어가는 모습에
나는 자꾸 하늘을 우러르게 됩니다
그의 눈빛을 이제 마주 할 수 없습니다
두꺼운 책이 되어가는 침묵을 마주 할 수 없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