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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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어느 나무에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7. 7. 2. 23:33

어느 나무에게

 

 

이제 그곳에 가지 않습니다

눈 감고도 먼 길을 갈 수 있는데

왠지 눈 앞이 자주 흔들립니다

어느 날에는 한 페이지의 적막을 읽다 오고

또 어느 날에는 민들레처럼 주저앉아서

솜털 같은 생각들을 날려 보내기도 했었지요

한 그루 나무 앞

구름을 타고 가기도 하고

바람을 따라 터벅거리며 한없이 가벼워지기도 했었지요

늘 그는 혼자 중얼거리는거지요

어느 날은 무반주 첼로의 음표를 쏟아내고

어느 날은 낙타의 고향을 이야기 합니다

이제 그곳에 가지 않습니다

한 그루 나무 앞

스스로 탑이 되어가는 모습에

나는 자꾸 하늘을 우러르게 됩니다

그의 눈빛을 이제 마주 할 수 없습니다

 두꺼운 책이 되어가는 침묵을 마주 할 수 없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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