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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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놀다 (2022.12)

젖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4. 22. 16:16

젖소

 

젖소는 일하지 않는다

하루 종일 풀과 사료를 먹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젖을 만든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고무장갑의 큰 손이

우유를 가져가기 위해 방문한다

아무 것도 주지 않는 그들에게

젖소는 반항하지 않고

화내지도 않는다

젖소는

제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결코 젖소는

제가 젖소인지 모른다

대를 물려가는 혈통은

검은 얼룩을 지우지도 못하면서

서정적인 목장 풍경 속에

우리의 뒷골 속에

되새김 되는

초식동물

우리의 뒷모습을 오늘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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