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바람과 놀다 (2022.12)

누에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4. 26. 16:14

누에

 

 

 

누에는 뽕잎을 먹고 산다

수천 년 동안

누에는 그의 속성을

바꾸어 본 적이 없다

뽕나무는 뽕나무대로

누에밥이 되는

즐거움의 생활방식을

바꾸어 본 적이 없다

 

한 마리 나방이 되기 위하여

수고스럽게 고치를 지어야 하는 노동을

생략하지 않는다

한숨인 양 뿜어올리는 실오라기를

한 줄씩 잡아당겨 명주를 만드는

착취의 손에 대하여

이빨 한 번 드러내지 않고

집 잃어 징그러운 몸뚱이로

이리저리 비틀며

몰매 때리는 세상 밖으로

길을 만들며 죽어 간다

 

 

 

 

 

'바람과 놀다 (2022.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우鬪牛  (1) 2024.05.23
코뿔소  (0) 2024.05.16
젖소  (0) 2024.04.22
별똥별이 내게 한 말  (0) 2024.04.19
목발 11― 나들이  (0) 202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