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09/30 8

염결한 고독자의 시

염결한 고독자의 시 정병근 (시인)죽지 않을 만큼만 잠을 잔다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죽지 않을 만큼만 꿈을 꾼다죽지 않을 만큼만 말을 하고죽지 않을 만큼만 걸어간다그래야 될 것 같아서누군가 외로울 때웃는 것조차 죄가 되는 것 같아서그래야 될 것 같아서아, 그러나,그러나모든 경계를 허물지 않고죽지 않을 만큼만 사랑할 수는 없다누구나 말하지 않는가죽을 때까지 사랑한다고나는 그 끝마저도뛰어넘고 싶다 「아침이 전해준 새 소리」 전문, 시집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결이 없다』  나호열 시인은 살아온 이력만큼 다채로운 경험을 지닌 시인이다. 시라는 화두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걸어온 긍지가 시와 인품에 배어있다. 이 글은 나호열 시인이 37세부터 55세까지 상재한 8권의 시집에서 뽑은 109편의 시를 읽고 느낀 바를..

도착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38] 도착문태준 시인입력 2024.09.29. 23:52  일러스트=이철원 도착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에 도착했어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 더 많았지만 아무것도 아니면 어때지는 것도 괜찮아지는 법을 알았잖아슬픈 것도 아름다워내던지는 것도 그윽해 하늘이 보내준 순간의 열매들아무렇게나 매달린 이파리들의 자유벌레 먹어땅에 나뒹구는 떫고 이지러진이대로눈물나게 좋아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여기 도착했어-문정희(1947-) ‘역’은 열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곳이지만 이 시에서는 그런 의미 이상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생의 어떤 단계나 대목, 혹은 막다른 곳을 함께 뜻한다고 보아도 좋겠다. 아니면 지나온 일과 여정을 돌이켜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는 어떤 언덕 같은 곳이라고 이해할 수..

공부할 시 2024.09.30

(30) 붓다가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5203마음 챙기기 백성호의 붓다뎐식중독 걸려 죽게한 사내에, 붓다는 말했다 “당신의 행운” (30) 붓다가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 풍경1붓다의 고향은인도 북부의카필라 왕국입니다.붓다는29세에 출가,35세에 깨달음을이루었습니다.이후 45년간세상을 돌아다니며깨달음의 이치를펼쳤습니다.35세 때 깨달음을 성취한 붓다는 45년간 세상을 돌아다니며 우주의 이치를 전했다. 챗GPT, 백성호 기자어느덧 붓다는80세가 됐습니다.고향이그리웠을까요.붓다는제자들과 함께카필라 왕국이있던 곳으로가고 있었습니다.인도는 한낮에푹푹 찌는찜통더위입니다.붓다 일행은종종숲에 머물며더위를 식혔습니다.그날도붓다 일행은망고나무 숲에서쉬고 있었습니다.망고나무 숲의주인은쭌다였습..

붓다를 만나다 2024.09.30

지금 우울의 늪을 건너는 당신에게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보통”의 한국인이라면 추석에 우울해지기 쉽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지만, 자기 일터에서 탐스러운 수확물이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뿐인가. 자기 땅이 아니라 남의 땅을 경작해주는 소작인일 수도 있고, 경작지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 수확의 계절이라며 기뻐 날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만나니 흥겹지 않겠냐고? 웹툰 ‘집이 없어’가 생생하게 묘사했듯이, 현대 한국의 상당수 가족은 한가롭게 흥겨움을 느낄 상태가 아니다. 피치 못해 마주한 죽은 사람과 산 사람, 산 사람과 산 사람 사이에는 함께 나눌 흥겨움보다는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묵은 감정이 고여 있다. 함께 모여 추석의 예식을 거행하다 보면, 희미해졌던 권력관계가 새삼 고개를 든다. 누가 ..

김영민 칼럼 2024.09.30

숲에 펼쳐진 생명의 비밀과 Wood Wide Web 의 치명적 ‘오류’

[나무편지] 숲에 펼쳐진 생명의 비밀과 Wood Wide Web 의 치명적 ‘오류’  ★ 1,253번째 《나무편지》 ★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다 싶어, ‘가을인가’ 싶기는 한데, 그래도 낮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송송 솟아오르는 건 여전합니다. 물론 햇살이 덜 따가운 게 사실이기는 해요. 기상청의 ‘가을’ 기준에 이르려면 앞으로 보름 쯤 더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루 평균 기온이 높아서는 아무래도 올 가을 단풍도 그리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따라옵니다. 엊그제 소개해드린 책 《육두구의 저주》은 이런 시기에 맞춤한 책이었지 싶습니다. 안타깝게도(이건 내게만 그런 거겠지만요) ‘박경리 문학상’의 최종 수상은 프랑스 작가에게 돌아갔습니다만, 그래도 아미타브 고시는 주목해야 할 ..

오늘의 결심 48

오늘의 결심 48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손수레를 훔치지 않겠다며칠에 한번씩 마트에서 끌고온 카트를 수거하러 트럭이 온다카트는 매장내에서 사용하고 반출하면 절도가 아닌가?철면피는 위정자들 뿐만아니라 일부 동네 주민들도 마찬가지규칙을 지킵시다! 후일담(後日譚) 어떤 사람은 나를 쇼핑카트라고 불렀고어떤 사람은 짐수레라고 나를 불렀다무엇이라 불리든그들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나는 기꺼이 몸을 열었다내 몸에 부려지는 저 욕망들은또 어디서 해체되는 것일까지금 나는 더 이상 열매 맺지 못하는살구나무 아래 버려져 있다탈출이 곧 유배가 되는한 장의 꿈을 완성하기 위하여나는 너무 멀리 왔다누가 나를 호명할까봐 멀리 왔다뼛속에서한낮에는 매미가 울었고밤에는 귀뚜라미가 우는풀섶 어디쯤 *> (시인동네  시인선 077: 세종우수도서)

낙타에 관한 질문

낙타에 관한 질문   낙타를 보면 슬프다사막을 건너가며입 안 가득 피 흘리며거친 풀을 먹는다는 것이사막에서 태어나서사막에서 죽어간다는 것이며칠이고 사막을 건너가며제 몸속에 무거운 물을 지고목마름을 이기는 것이낙타를 보면 못 생겨서 슬프고등위로 솟은 혹을 보면 슬프다낙타가 나를 보고 웃는다낙타가 이상한 낙타를 보고 웃는다내장된 그리움으로삶의 사막을 건너가는 것이얼마나 기쁘냐갈증을 이겨내는오아시스를 향한 눈빛이얼마나 맑으냐 그래서 나는낙타의 낙타가 되었다

철학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가

철학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가 [윤평중의 지천하 12][아무튼, 주말]윤평중·한신대 철학과 명예교수입력 2024.09.28. 00:30   일러스트=유현호철학이 나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젊은 철학도 시절 벼락처럼 다가온 글이 하나 있다. 열암 박종홍(1903~1976) 전집에 실린 짧은 에세이였다. 한국 철학계 1세대 대부였던 열암은 우리 현대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일세를 풍미한 함석헌·양주동 선생이 열암과 평양고등보통학교 동창생이다.열암은 에세이에서 평양고보 시절의 한 친구에 관한 특별한 기억을 펼쳐놓는다. 학년은 같아도 열암보다 나이가 많고 어른스러웠던 친구는 소년 박종홍에겐 비범한 인물로 비쳤다. 삶과 세계에 대한 철학적 관심에 눈을 떠가던 사춘기 열암에게 스승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철학 강의실 2024.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