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54] 꽃이 아름다운 만 가지 이유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입력 2023.03.10. 03:00 꽃을 기다린다. 저 멀리서 들리는 꽃 소식 말고, 마른 가지를 거짓말처럼 뒤덮어서 어느 날 문득 마음을 콩콩 두드리며 눈부신 아침을 만들어 줄 꽃을 기다린다. 곧 지고 말 잠깐의 찬란한 시간을 기다린다. 초록보다 오래지 않아서 더 애틋할 설렘을 기다린다. 꽃이 아니라면 무엇이 시절을 그토록 빛나게 할 수 있을까. 구성수(1970~)는 ‘포토제닉 드로잉(Photogenic drawing)’ 연작에서 꽃을 소재로 삼아서, 성실하면서도 다재다능한 작가적 면모를 유감 없이 드러냈다. 사진이 지닌 매체적 특성과 쉼 없이 변모하는 생명력에 대한 탐구가 이 작업을 가능하게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