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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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은 불 다 끄랑께!” 무주 반딧불이 축제에 생긴 일

“동네 사람은 불 다 끄랑께!” 무주 반딧불이 축제에 생긴 일카드 발행 일시2024.08.27에디터김영주호모 트레커스반딧불이를 찾아 나섰다. 전북 무주군 금강 상류에 자리 잡은 부남면 대소리 일원이다. 무주는 귀한 몸이 된 천연 반딧불이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꼽힌다. 1982년 국내 최초로 설천면 일원 반딧불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으며, 이후 서식지가 줄어들자 무주군 전체로 확대했다. 이때 먹이가 되는 다슬기 등도 함께 천연기념물이 됐다. 무주의 반딧불이와 다슬기는 잡아선 안 되는 귀한 몸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올해 28년째 반딧불축제가 열리고 있다.축제위원회에 문의하니, 반딧불이 서식지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염려해서다. 대신 “축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볼 수 있을..

[193] 오로칠상 (五勞七傷)

오피니언전문가칼럼[정민의 세설신어] [193] 오로칠상 (五勞七傷) 정 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1.15. 23:31  유만주(兪晩柱·1755~1788)의 일기 '흠영(欽英)'을 읽다가 다음 대목에서 눈이 멎는다."사람이 살면서 '오로칠상(五勞七傷)'을 면할 길이 없다. 좋은 음식을 복용하는 꾀는 결단코 황당한 말이 아니다. 음식이나 여색처럼 삶을 해치는 것 외에도, 나랏일로 고민하고 백성을 위해 근심하거나, 헐뜯음을 염려하고 미워함을 두려워하는 것, 얻음을 기뻐하고 잃음을 걱정하는 것 따위가 모두 수고와 손상을 부르는 원인이다. 하지만 수련하고 섭양하는 것은 늘 산이나 물가에 숨어야만 한다. 왕공이나 귀인은 자녀와 재물에다 언제나 진한 술에 취해 사는 것을 근심한다. 마음을 맑게 하고..

고전 읽기는 우리 정신의 임사체험이다

고전 읽기는 우리 정신의 임사체험이다중앙일보입력 2024.06.18 00:34업데이트 2024.06.18 01:03고전이란 무엇인가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고전을 읽는 일은 정신의 작은 죽음이다. 고전은 우리 정신의 그릇을 뽀갠다. 마치 고래와 마주하는 것처럼 고전을 읽는 것은 거대한 존재를 마주하는 경험이다. 그 거대한 존재를 자신의 좁디좁은 정신의 그릇에 담으려다 보면 그릇이 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한다. 고전을 읽은 정신은 그렇게 상처 입는다. 그 상처로 인해 정신의 그릇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면, 광인이 되는 것이요, 그 부서진 그릇을 긴츠기(金継ぎ, 깨지거나 금이 간 그릇을 칠기를 활용해서 복원하는 기법)처럼 엮어 다시 그릇 모양을 만들어 내면, 전보다 큰 정신의 그릇이 되는 것이다...

김영민 칼럼 2024.08.27

달팽이의 꿈

달팽이의 꿈  오늘도 느릿느릿 걸었다느릿느릿 뛰었다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느릿느릿 걸었다성급하게 인생을 내걸었던 사랑은온몸을 부벼댈 수밖에 없었던세월 앞에 무릎을 꺾었고나에게는 어차피도달해야할 집이 없다나는 요가수행자잔뜩 몸을 웅크리고 잠을 구겨 넣는다언제나 노숙인 채로나는 꿈꾼다내 집이 이인용 슬리핑백이었으면 좋겠다

사라지는 재인폭포, 새로 생긴 허목체…연천의 재발견

사라지는 재인폭포, 새로 생긴 허목체…연천의 재발견중앙선데이입력 2024.08.24 00:11업데이트 2024.08.24 08:36김홍준 기자 20대 청춘 몰리는 초가을 명소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편입된 재인폭포는 연천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재인(材人)은 줄타기를 잘하던 남자를 가리킨다. 그의 아름다운 부인을 이 고을 수령이 탐하여 재인을 죽이자 부인은 수령의 코를 물고 폭포에서 자결했다. 그 뒤 재인폭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곳 관계자들은 “비 온 다음날 오면 더 볼만하다”고 귀띔했다. 김홍준 기자“하이, 재인.” 미국에서 온 지미(28)가 재인폭포 물줄기를 보자 외쳤다. 미국판 아재개그이었을 듯한데, 자신의 친구일지도 모르는 제인(Jane)이 아니라 폭포 이름 ‘재인’이었다. 지미는..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9강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9강 ■ 관념을 의인화하기 너와집         박미산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보아요지난 계절보다 쇄골 뼈가 툭 불거졌네요어느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칠만 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내 몸속에 살갑게 뿌리 내렸지요, 당신은문풍지 사이로 흘러나오던따뜻한 온기가 사라지고푸른 송진 냄새가시기 전에 떠났어요, 당신은눅눅한 시간이 마루에 쌓여있어요웃자란 바람이, 안개가, 구름이허물어진 담장과 내 몸을 골라 밟네요하얀 달이 자라는 언덕에서무작정 기다리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화티에 불씨를 다시 묻어놓고단단하게 잠근 쇠빗장부터 열겁니다나와 누워 자던 솔향기 가득한한 시절, 당신그립지 않은가요?             -2008 세계일보 신춘문예> ..

입추 처서 다 지나고 백로 앞에서도 시들지 않는 장한 생명력

[나무편지] 입추 처서 다 지나고 백로 앞에서도 시들지 않는 장한 생명력  ★ 1,247번째 《나무편지》 ★   여름. 참 긴 여름입니다. 입추 처서 다 지나고도 기세가 꺾이지 않은 여름입니다. 다음으로 찾아올 절기는 ‘백로(白露)’네요. 곧 달력도 한 장 넘어가기도 하겠고요. 긴 세월 동안 계절의 흐름을 아주 정확하게 일러주던 절기였지만, 이제 절기를 어떤 표지로 여길 만한 시대는 아니라고 봐야 하지 싶습니다. 올 가을 단풍은 어떤 모양으로 찾아지 궁금합니다. ‘초록 낙엽’이 유난했던 지난 해 가을이 떠오릅니다. 단풍 빛깔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당연히 날씨의 흐름인 걸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서네요.   팔월 초에 준비해놓고 아직 전해드리지 못한 나무 이야기가 ‘무궁화’였습니다. ‘무궁화의 날’인 8..

“책 보고 술 마셔도, 꽃 피고 새 울어도 생각나네”

“책 보고 술 마셔도, 꽃 피고 새 울어도 생각나네”중앙일보입력 2024.08.23 00:22딸·아들 차례로 잃은 김창협의 비애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아아, 숭겸아, 너는 지금 어디로 가려느냐. 도성문을 나가 동으로 30리 중령포, 망우령, 왕숙탄, 북두천은 모두 네가 나귀를 타고 오가던 곳인데, 지금은 어찌하여 널에 누워 그 길을 가게 되었단 말이냐. 삼주(三洲) 집 주변 3, 4리 길에 있는 서골암, 난가대, 금대산, 판사정은 모두 네가 시를 읊으며 경치를 조망하던 곳인데, 지금은 어찌하여 널에 누워 그곳에 머물게 되었단 말이냐.”(‘제망아문(祭亡兒文)’)아들 잃고 병든 아비 무덤서 통곡“박식 과감 큰일 하리라 여겼거늘”정쟁에 영의정 지낸 부친은 사약귀향해 지기지우처럼 아들 아껴딸..

유물과의 대화 2024.08.23

바르셀로나의 관광객 거부 시위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바르셀로나의 관광객 거부 시위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입력 2024.08.22. 23:58                                                                                              일러스트=양진경 최근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부 시민들은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면서 관광을 오지 말라는 시위를 벌였다. 바르셀로나에서는 1년에 2600만명의 관광객이 숙박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많은 관광객이 호텔 대신에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 자연스럽게 임대 시장에서 임대주택의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은 오르게 된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10년간 임대료가 68% 상승했다. 이 현상으로 바르셀로나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시민들이 피해를..

문화평론 2024.08.23

오늘의 결심 44

오늘의 결심 44상사화는 상사화이다!30년전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무작정 고창 선운사로 달려갔었다상사화가 폈다고 해서~~결과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잎이 지고 난 후 꽃이 피는 여름꽃이 상사화가을  꽃이 지고난 뒤 잎이 나는 것이 꽃무릇상사화는 기품이 있고 꽂빛깔도 옅은  분홍꽃무릇은 붉고 무리지어 필 때 장관우리 동네 아파트 화단에 핀 상사화 댕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