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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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착념삼일(着念三日)

[정민의 세설신어] [192] 착념삼일(着念三日)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1.08. 23:30   이덕무(李德懋·1741~1793)가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서 말했다."옛날과 지금은 큰 순식간이요, 순식간은 작은 옛날과 지금이다. 순식간이 쌓여서 문득 고금이 된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수없이 서로 갈마들어 끊임없이 새것이 생겨난다. 이 속에서 나서 이 속에서 늙으니, 군자는 이 사흘에 마음을 쏟는다(生於此中, 老於此中, 故君子着念此三日)." 어제가 아마득한 옛날 같고, 천년 세월도 눈 깜짝할 사이다. 시간은 상대적이니 길이를 따질 게 못 된다. 어제는 잘살았는가? 오늘은 잘살고 있는가? 내일은 어떤 마음으로 맞을까? 군자는 다만 이 사흘을 마음에 두고 매일매일에 충실할 뿐이다. 사..

[57] 아름다움의 힘

[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57] 아름다움의 힘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입력 2024.06.10. 23:54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최근 영화 시사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방송에서만 보던 연예인들, 많은 기자들, 그리고 그들을 보러 온 일반 시민들.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경험은 배우와 아이돌 스타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이었다. 돌고래 비명 같은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렸고, 배우가 자신이 있는 쪽을 바라보기만 해도 숨조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한 사람들. 우리는 왜 이렇게도 연예인들에게 열광을 하는 걸까?물론 그들은 외모부터 다르게 생겼다. ..

김대식의 과학 2024.08.22

[8] 토끼와 다로와 목련과 제비꽃과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8] 토끼와 다로와 목련과 제비꽃과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3.28. 03:00업데이트 2024.04.01. 17:24   봄비 내리네나무 사이 보이는바다 가는 길 春雨[はるさめ]や木[こ]の間[ま]に見[み]ゆる海[うみ]の道[みち] 우산을 들고 산책길에 나선다. 촉촉한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자, 신선한 흙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물기를 머금은 달콤한 봄바람이 뒷덜미를 쓰다듬고, 희고 부드러운 목련 꽃봉오리가 오늘 필까 내일 필까 숨 고르는 소리를 들으며, 벌써 활짝 핀 제비꽃이 보랏빛 빗물 마시는 모습을 지켜본다. 봄비다.에도 시대 사람 오쓰니(乙二·1756~1823)는 종이우산을 썼나 도롱이를 걸쳤나, 봄비쯤이야 그냥 맞아도 좋지 하며 맨몸으로 걸었나. 조록조록..

당신에겐 견뎌내고 싶은 고통이 있습니까

당신에겐 견뎌내고 싶은 고통이 있습니까중앙일보입력 2024.08.13 00:31                                                                     고통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유달리 피부가 고와서(?)일까. 나는 뜨거운 것을 만지는 일에 취약하다. 남들은 잘도 쥐는 뜨거운 냄비도 내게는 불덩어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라면 끓일 때도 진지한 소방관의 자세가 된다. 이런 나에게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은 충격이었다. 중고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않았지만, ‘등신불’만큼은 그렇지 않았다.‘등신불’의..

김영민 칼럼 2024.08.22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8강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8강  ■ 풍경(대상)의 묘사와 주제의 드러냄 한겨울 햇살 껴안고 폐사지 마당 한켠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기대앉은 계단 옆에는 까치밥 매달린 감나무 그림자가 고양이를 덮쳤다 풀어주었다 심심풀이 장난을 친다그림자 한 점 없는 때 묻지 않은 산골 햇살, 홀쭉 들어간 고양이 배와 쳐진 눈자위 뭉친 털과 축 처진 꼬리를 자근자근 펴준다 한겨울 추위를 녹신하게 피라고 한 땀 한 땀 수면 침을 놓는다 적멸보궁 寂滅寶宮에 든 고양이 생보살, 남녘 하늘로 날아가려나 기지개를 펴며 다리를 뻗는다 햇살이 야윈 양쪽 겨드랑이를 들어올린다 날개가 돋는지 두 팔을 펼치고 햇살 속으로 스며든다따뜻한 고요를 박차고 일어서는 노란 복수초, 어둠을 지나 흰 눈 파헤치고 일어선다황금 촛불을 든다         ..

매미

매미   오랫동안 꿈만 꾼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새로 태어났기에 바다를 건너는 게 꿈이었는데온몸이 부서질 듯 아픈 게 날개가 돋치는 까닭이라고 믿고 있었는데너에게 불러줄 세레나데는 성대가 없어그저 날개를 부르르 떨어야 울음 삼키는 몹쓸 날개 그래도 너는 오겠지웃음소리가 아니어도 나무 하나를 너끈히 들어올리는 절창을 모른 척 하지는 못하겠지새로 태어났으나 새가 되지 못한그저 가슴 속에 출렁거리는 바다를이렇게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경남 김해

일출·낙조 그림 같은 불모산… 女도공·기녀의 사연 품었네[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4-08-22 09:07업데이트 2024-08-22 09:41 김해 불모산 정상 아래 조성해 놓은 노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경관. 구름이 타고 넘어가는 능선 너머로 보이는 곳이 창원시 진해구다. 진해 앞바다 뒤쪽으로 섬처럼 떠 있는 땅이 마산합포구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역사인물 이야기 따라 즐기는 김해150년전 ‘순애보 기녀’ 강담운연인 향한 그리움 담은 詩 애절詩에 나온 장소 걷기코스 조성500년전 ‘여성 도공’ 백파선日아리타에 도자기 기술 전파광장·카페·벽화로 자취 남아김해·창원 경계에 솟은 불모산전망대서 보는 남해 풍경 압권정상 코앞까지 차로 갈 수 있어김해 종로길 ‘글로벌 푸드타운’이주노동자 운영하는..

신안 맹그로브숲 성공하면 얻는 순기능 5가지

신안 맹그로브숲 성공하면 얻는 순기능 5가지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8.20. 00:00업데이트 2024.08.20. 17:35   동남아 등 열대·아열대 지역에 가면 큰 강 하구, 바닷가에서 맹그로브숲을 볼 수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뿌리가 문어 다리 모양으로 물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만 맹그로브숲(쓰차오 그린터널)처럼 숲 사이로 보트나 카약을 타고 다니는 관광코스도 적지 않습니다.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큰 섬 '가야섬'에서 카약을 타고 맹그로브 숲을 누비다보면 맹그로브 숲에 사는 게나 바닷 속 조개가 내뱉는 공기 방울도 볼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이미지 기자 ◇탄소 흡수·저장 능력 뛰어나 주목맹그로브는 태풍, 쓰나미 등 자연재해로부터 해안 침식이나 피해를 막아..

낭만시인 첫 걸음 시창작 7강

낭만시인 첫 걸음 시창작 7강  ■ 심리적 거리란 무엇인가?.  형님을 데리고  정병근 천지에 나 닮은 이가, 수심에 가득 찬 이가 전철역 출구 앞에 행방 없이 서 있다 납작하고 깡마른 얼굴에 툭 튀어나온 입을 위로 꽉 다물고 어쩌면 나 같은 상념에 젖는지 소란의 바깥으로 눈을 보낸 채 아니면 아닌 모양으로 서있다 차들은 지나가고 나는 에이고 외로워져서 남인 듯 명랑하게 그를 부른다 그이는 나를 얼핏 못 알아보다가 아, 어머니의 장자가 나를 알아본다 “근아” 하고 부르던 어린 날의 그이가 내 앞에 있다 -날이 춥심더. 잠바가 엷은 거 같네. 오늘은, 산 밑 당집에서 돼지머리 썰어 먹던 이야기 말고 수박을 들고 어느 절집에 찾아갔던 이야기 말고 고시촌을 떠돌던 정 씨 이야기 말고 낙산 비탈 방에 기거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