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222] 훌륭한 선생님이 되라? 돼라?
모르면 간첩이라 할 문제 하나. 빈칸에 공통으로 들어갈 말은? ‘◯◯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중략)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걷겠노라는 현직 교사가 고작 19.7%라 한다. 설문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라니 보통 일인가. 사실 이 노래에도 문제는 있다.
‘참되거라 바르거라’가 그것. ‘거라’는 동사의 어간에 붙어 명령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다. 한데 ‘참되다’ ‘바르다’는 형용사라서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이다. 제대로는 ‘참되고 바르게 살거라’ 해야겠지. 수십 년 부른 노래를 이제 와 어쩌리. 다만 명령형(‘-아라’ ‘-게’ 따위)이나 청유형(‘-자’ ‘-어요’ 따위) 어미는 규범 문법으로는 동사에만 쓸 수 있음을 알아두면 좋겠다. ‘조용해라’ ‘행복하자’고 흔히들 말하지만 ‘조용히 해라’ ‘행복하게 살자’가 옳다는 얘기다.
명령형 하면 헷갈리기 좋은 말이 ‘돼라’와 ‘되라’다. ‘돼라’는 어간 ‘되’에 어미 ‘어라’가 붙은 말로 이른바 ‘해라체’. ‘와라, 도와라, 웃어라, 밀어라’ 따위와 같은 형식이다. 일상적 말투인 구어체에서 쓴다. ‘되라’는 어미로 ‘라’가 결합한 이른바 ‘하라체’. ‘오라, 도우라, 웃으라, 밀라’가 그런 표기다. 주로 글에 알맞은 문어체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할 때도 어울린다. 결국 ‘돼라’ ‘되라’는 문맥에 따라 둘 다 쓸 수 있다.
‘돼라’는 직접화법, ‘되라’는 간접화법으로도 구별한다. ‘아버지는 늘 “커서 훌륭한 선생님이 돼라” 하고 말씀하셨다’처럼 말을 그대로 옮길 때는 ‘돼라’로 쓴다. ‘아버지는 늘 커서 훌륭한 선생님이 되라고 말씀하셨다’처럼 말을 풀어 쓸 때는 ‘되라’가 되는 것이다.
체험 학습에서 사고 날 때 학부모 민원과 고소·고발이 걱정스럽다는 교원이 93.4%. 교직 생활에 둘째로 어려운 점도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란다. 말이 좋아 민원이지, 생트집 잡는 꼴을 얼마나 보았던가. 제발 어지간히들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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