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국민카페 VS 커피계의 에르메스… ‘3차 커피 전쟁’ 터진다
[아무튼, 주말]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
각축장 된 대한민국
#1.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숭례문 SG타워 1층. 건물에는 국내 1위 ‘스타벅스’, 더티초코 빵으로 유명한 ‘아우어 베이커리’도 있었다. 그런데 개점 시간 1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다른 방향을 향해 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캐나다 국민 커피 ‘팀홀튼’의 3호점 숭례문그랜드센트럴점이 문을 여는 날이었다.
팀홀튼은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선수 팀 호턴이 1964년 만든 캐나다 프랜차이즈 1위 업체다. 국내에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신논현점에 상륙한 뒤부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1호점 개점 당시에는 비가 오는 날임에도, 200여 명 가까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섰다. 팀홀튼 측은 “선릉역점·서울대역점에 이어 오는 27일은 국내 5호점 분당서현점이 개점한다”며 “5년 내 150여 매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 서울 종로구 통의동. 비어 있는 고즈넉한 한옥 창문에 ‘서촌 포 인텔리젠시아’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미국 3대 커피 중 하나인 ‘인텔리젠시아’의 국내 1호점이 개점을 준비 중이라는 뜻이다. 인텔리젠시아는 1995년 시카고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LA·뉴욕 등 미국 주요 도시에 매장이 있다. 미국 외 지역에 문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 국내 1호점이 글로벌 1호점이 된다.
한국에서 ‘국내 3차 커피 전쟁’이 시작된다. 팀홀튼·인텔리젠시아뿐 아니라 싱가포르 고급 커피 ‘바샤커피’도 오는 7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1호점을 열기 때문이다. 미 서부 지역 3대 커피 ‘피츠커피’도 지난해 5월 국내에 상표권을 등록하며 조만간 첫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한국은 해외 유명 커피 체인점들이 탐내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인 1인 커피 섭취량은 400잔 이상으로 세계 평균 수준(152.7잔)의 두 배를 웃돈다. 이 ‘커피 공화국’에 자신 있게 도전장을 내민 해외 뉴페이스들 중 승자는 누가 될까. 과연 누가 스타벅스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스타벅스發 에스프레소 대전
국내에 처음 문을 두드린 건 일본 ‘도토루’다. 브라질 커피농원에서 커피를 배운 일본인 도바 히로미치가 1962년 도쿄에 첫 매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도토루’는 그가 살던 상파울루 지역 이름이다.
1988년 도토루는 서울 종로2가에 1호점을 열었다. 다방 커피가 대중적이던 당시 원두커피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앞세워 젊은 층을 유혹했다. 그러나 8년이 지나도 대중을 파고들 수 없었다. 결국 1996년 사업을 철수했다.
그러나 얼마 안 돼 1999년 미국 스타벅스가 서울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열며 한국 시장을 두드렸다. 당시 유행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등으로 미국 대도시의 커피 문화를 선망하는 고객들을 빠르게 끌어들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탄생한 ‘커피빈 앤 티리프’가 2000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1호점을 내며 ‘제1차 커피 전쟁’이 시작됐다.
SPC그룹은 이탈리아 브랜드 ‘파스쿠찌’를 들여왔다. 롯데는 ‘앤젤리너스’, CJ는 ‘투썸플레이스’ 등 자체 브랜드를 만들며 맞불을 놨다. 할리스·카페베네·탐앤탐스 등 토종 카페 체인 브랜드들도 탄생했다. 그러나 이 전쟁은 사실상 스타벅스의 완승으로 끝났다.
◇블루보틀發 스페셜티 커피 전쟁
2차 커피 전쟁의 포문은 2018년 미국 ‘블루보틀’이 열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에 가는 것을 더는 특별한 체험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인터넷 잘되는 대중화된 커피체인점’ 딱 그 정도였다. 그런 분위기와 함께 카페베네 등 많은 체인점들이 쇠락했다.
블루보틀은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으로 트렌디한 미국 실리콘밸리 문화를 함께 들고 들어왔다.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잘나가는 창업자나 엔지니어들이 블루보틀을 마신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성수동 1호점을 시작으로 삼청동·역삼동·압구정동 등 빠르게 세력을 확장했다.
이것이 국내 ‘스페셜티 커피 열풍’으로 이어졌다.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커피협회(SCA)의 품질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0점을 넘긴, ‘상위 7% 원두’라고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 3대 커피 중 하나인 ‘포배럴’, ‘응 커피’로 유명한 일본 스페셜티 ‘퍼센트 아라비카’ 등이 한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블루보틀’은 ‘스타벅스’와 달리 의자가 불편했다. 인터넷 와이파이와 콘센트도 없었다. 한국의 카페 문화와는 맞지 않았다. 블루보틀 특유의 신맛도 호불호가 있었다. 한국 고객은 맥심과 스타벅스로 익숙해진 고소하고 진한 커피맛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스페셜티 카페 체인은 마니아층은 견고히 다졌으나, 대중화되지는 못한 채 서서히 막을 내렸다.
◇캐나다 VS 모로코
3차 커피 전쟁은 ‘각국 문화 체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커피 문화 자체는 충분히 성숙했다. 저가 커피 시장도 맛과 가격 모두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그야말로 커피 ‘춘추전국시대’다.
캐나다 커피 문화를 대표하는 팀홀튼은 현지 인기 커피 메뉴 더블더블과 아이스캡을 그대로 들고 왔다. 그러나 가격은 블랙커피와 아메리카노의 경우 현지 가격보다 두 배 가까이 받는다. 캐나다에서는 저가 커피 이미지인데, 한국에서는 고급 이미지인 것이다. 스타벅스 때부터 문제가 된 한국만 유난히 비싼 ‘코리안 프라이싱’ 논란이다. 이에 대해 팀홀튼 측은 “국내 주요 커피 전문점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했다.
오는 7월 문을 여는 싱가포르 바샤커피는 2019년 출발한 신생 커피 브랜드다. 그러나 1910년 개점한 모로코 마라케시의 커피하우스 ‘디 엘 바샤 팰리스’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현재 프랑스 등 9국에 문을 연 18개매장은 금빛 찬란한 모로코 왕궁 같다. 가격도 기본 커피가 1잔에 약 8000원이다. 높은 가격과 화려한 인테리어 때문에 ‘커피계의 에르메스’라 불린다.
그러나 바샤커피의 인기 품목은 기존 커피에 인위적으로 향을 입힌 ‘가향 원두’다. 국내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향 원두에 대한 호불호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 현지 가격을 고려해도 다른 커피 체인점보다 높은 가격이 진입 장벽으로 분석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의 커피·음료 점포 수는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2만3235개로 전년 동기보다 1886개(8.8%) 늘었지만, 10곳 중 7곳이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지 않은 독립 카페였다.
팀홀튼을 운영하는 라파엘 오도리지 RBI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 시장을 성숙한 시장으로 바라본다면 진출해서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한국 시장을 그만큼 많은 수요가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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