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마음입니다
아무리 허물어 보아도 흔적조차 없는
길 밖의 길 입니다
한올씩 풀어 내보는 말씀 하나도
오히려 노을 지듯이 때가 타는 부끄러움입니다
아! 멀기도 하다
전애절벽 한 가운데
부처가 있습니다
눈에도 돌이 들고
일월을 받아 한층 짙어가는
돌의 미소 입니다
오르지 못하는
상징으로 여울지며 매운 머리를 돌아가는
새입니다
아! 지나쳤구나 자리를 옮기면
이미 그 곳에는 또 마음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