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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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하얗다 1991

비가 후박나무 잎을 적실 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2. 7. 13:39

비가 후박나무 잎을 적실 때

 

비가 후박나무 잎에 잠시 머물렀다

눈물 한 방울

드넓은 대지를 적시지는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뿌리를 향하여 가는

한 생애에 발걸음을 남긴다

 

만리 밖에서 어느 사람이 활짝 웃을 때

마침 봉오리를 터뜨리는 꽃을 내가 보듯이

오늘 밤 내리는 성긴 빗소리는

또 누구의 울음이겠느냐

 

열매 하나 맺힐 때마다

하늘이 우르르 무너지고

목숨이 다할 때마다

별들은 맑은 종소리로 울린다

 

비가 후박나무 잎을 적실 때

나는 땅의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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