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막鹽幕을 지나며
수평선 너머 난바다가 가슴속으로 밀려들어 온 날부
터 행복한 천형天刑은 시작되었다
푸르고 울렁거리는 그 말
바다의 살을 발라내는 한여름이 지나고
저녁노을
그 불길의 그림자를
허물어져 가는 창고 쪽으로 늘어뜨리자
그제야 바다는 남김없이 제 몸을 화염에 던져주었다
사리로 남은 흰 꽃
발이 없어도 천 리를 가고
생의 행간에 슬며시 발자국을 남기는 법
염막 같은 한 사내가 수없이 되뇐 빛나는 눈물 속에는
독과 약이 함께 부화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