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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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도 2015

수청리 그 나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10. 21. 19:03

수청리 그 나무

 

잎 내고 팔 뻗치는 일이
나무의 말씀인 줄 알았다
푸르러지고
곧아지는 것이
나무의 말씀인 줄 알았다
일렁이는 꽃물결과
열매들이
나무의 말씀인 줄 알았다
아, 그러나 가을이 가아을 하고
긴 숨 토해 내며 오기 전까지
아니, 잎 지고 꽃 지고
열매 떨어지기까지
나무는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
저 강물처럼 맨몸으로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때
그때
나무는
쓸쓸 쓸쓸
한마디 말씀을 나눠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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