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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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도 2015

보자기의 꿈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10. 25. 20:21

보자기의 꿈

 

뼈대가 없으니 줏대도 따라서 없다고
눈길 닿지 않는 구석에 처박혀 있는
보자기들이 꿈을 꾼다

 

부끄러운 물건을 가려 주고
음식을 덮어 주고
소중한 예물을 바치는 공손한 손
명품 가방이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그 마음이
이리저리 접힌 채 복福을 꿈꾼다

 

깃발이 되지 못해도
만장이 되지 못해도
바람에 휘날릴 수는 있다는 듯
나일론 인생들이 숨죽이며 가슴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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