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처럼
칠백오십 년 살았다
이리 뒤틀리고 저리 꼬여 버린 세월 따라
용의 승천을 꿈꾸었던 것은 아니다
도끼로 찍으면 흘러나오는 피
봄 햇살보다 부드러운 향기는
비바람과 한숨과 오열이 발효된 까닭
그 첫 술잔에
도원경을 눈망울에 가득 담으려면
아직 몇백 년 더 살아야 할 것 같다
정적 한 폭에 바람을 빌려 힘껏
한 획을 긋는 일처럼
*창덕궁에는 수령樹齡이 7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향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194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