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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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도 2015

빈 둥지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9. 19. 16:41

빈 둥지

 

새가 죽었다
굶어서 죽었다
부화장에서 태어나
쓰레기봉투 속에 버려졌다
저 어린 것이
짝 잃어버리고도
몇 년을 혼자 굳세게 버티더니
배고픔은 참지 못했다
좁쌀 몇 알
눈물 한 방울 만큼의 물
하루치의 밥을
스스로 거두지 못한 죄
스스로 둥지 속에 몸을 눕혔다
빈 둥지에 똥의 얼룩이 남아 있다
그 빈 둥지
내 가슴속에 우체통처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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