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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통제되는 독도 대신 울릉도에서 의미 있는 해맞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1. 1. 21:54

2016년 새로운 해를 가장 먼저 본다

입력 : 2015.12.31 10:40

겨울이면 통제되는 독도 대신 울릉도에서 의미 있는 해맞이

 

 

새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새 해를 보려면 울릉도로 가야 한다. 우리 국토에서 가장 먼저 해가 돋는 곳은 독도지만 11월부터 3월까지 일반인은 갈 수 없다. 독도행 여객선은 3월 이후 재개된다. 그렇다면 울릉도가 답이다. 포항에서 217㎞ 떨어진 곳. 누구나 갈 수 있는 국토 최동단(最東端)이다. 언제든 갈 수 있지는 않다. 울릉도행 여객선을 타러 경북 포항에 도착한 첫날 파도가 높아 배가 뜨지 않았다. 사흘을 기다린 끝에 여객선에 탔다. 2.5m 높이 파도에 배는 줄곧 흔들렸다. 요의(尿意)를 느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차'하는 사이 몸이 30㎝ 위로 붕 떴다가 떨어졌다. 공중 부양이 이런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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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헤치고 얼굴을 내민 해가 간밤에 쌓인 눈을 비추며 울릉도 북저바위 위로 떠올랐다. 지난 18일 울릉도 내수전몽돌해변에서 저동항 방향으로 길을 가다 떠오르는 해를 사진에 담았다. 이 겨울 대한민국 국토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돋이는 울릉도에서 볼 수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울릉도는 '3무(無)·5다(多)의 섬'이라고 한다. 도둑·공해·뱀이 없다. 물·미인·돌·바람·향나무가 많다. 뱃길로 3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울릉도는 과연 3무였다. 해는 짙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해양성 기후로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하지만 눈도 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사람도 없었다. 섬 주민도 겨울이 찾아오면 살기 편한 포항과 부산 등지로 떠난다. 음식점과 가게는 문을 닫고 해중(海中)전망대 등 일부 관광지도 봄까지 문을 닫는다. 일기예보는 수시로 바뀌었다. 오늘 뜬다던 해는 내일로, 내일 뜬다던 해는 모레로 미뤄졌다.

바다가 거칠어지면서 울릉도에서 발이 묶였다. 2박3일 일정은 5박6일이 됐다. 그사이 눈이 내렸다. 해는 떠나는 날 아침에야 떴다. 기상청이 예보한 일출 시간에서 20여분이 지났을까, 마침내 해가 구름을 뚫고 나와 눈 덮인 울릉도를 비췄다. 눈, 구름, 바다, 바위, 태양이 한데 어우러지는 겨울 울릉도만의 해돋이다. 소설 '빨강머리 앤'의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살이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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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도(왼쪽)는 오랜 세월에 걸친 침식작용으로 울릉도에서 분리됐다. 2012년 섬을 잇는 다리가 생기면서 울릉도에서 관음도까지 걸어갈 수 있게 됐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울릉도는 일출을 볼 수 있는 날이 한 해 100일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겨울에는 바다가 거칠어져 1주일 넘게 배가 뜨지 않기도 한다. 울릉도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일출과 함께 파도가 가라앉았다. 여객선 운항도 재개됐다. 뭍으로 귀환했다. 대자연이라는 변덕스러운 여신이 방긋 미소를 지어준 듯했다. 울릉도는 굳이 찾아가서 볼만한 가치가 있다. 주의사항은 하나.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갈 것.

새해에도 세상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파도는 사람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칠 것이다. 내 몸조차도 의지와는 상관없이 배 흔들림에 따라 신호를 보낼 것이다. 그래도 자연은 한 가지는 약속해준다. 기다리면 결국 밝은 해는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

 

12월 31일 거북바위서 해넘이 보고, 1월 1일 저동항서 새해맞이

울릉도는 계절마다 일출·일몰 명소가 바뀐다. 겨울철에는 해가 남동쪽에서 떠서 남서쪽으로 진다. 내수전몽돌해변에서 저동항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2㎞ 남짓한 길은 울릉도에서 겨울철 해돋이를 보기 가장 좋은 장소다. 저동항에서는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뜨는 해를, 저동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내수전몽돌해변에서는 북저바위를 배경으로 뜨는 해를 볼 수 있다.

내수전전망대와 독도전망대는 떠오르는 해와 함께 울릉도가 밝아오는 장면을 보기에 좋다. 내수전전망대에선 해가 떠오르며 남쪽 저동항과 북쪽의 죽도·관음도가 밝아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독도전망대에서는 도동항에 동이 터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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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저동항 촛대암(왼쪽)과 오른쪽 행남등대 사이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저동항 줄맨동길과 행남등대 인근 군청옛길은 관광 안내 지도나 인터넷에는 나오지 않는 숨은 명소다. 저동초등학교 인근 골목 사잇길로 5분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줄맨동길에서는 저동항 촛대바위와 행남등대 사이로 해가 떠오르며 저동항을 밝히는 모습이 보인다. 군청옛길은 겨울철 일출과 일몰을 한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장소다. 행남등대에서 울릉군청을 향해 군청옛길을 따라 20~30분 걸어 올라가다가 오른쪽 능선에 올라 바다를 바라본다. 여명에 남동쪽을 바라보면 일출을, 해 질 녘 남서쪽을 보면 일몰을 볼 수 있다.

한 해를 보내며 해넘이를 보려면 울릉도 남서쪽을 찾자. 서면 통구미몽돌해변 인근 거북바위는 왼편 거북바위와 오른편 가재굴바위 사이로 해가 지는 모습이 절경이다. 겨울철 울릉도 낙조는 이곳이 최고라는 평. 남서일몰전망대와 학포항도 해넘이를 지켜보기 좋다.

북면 천부항은 여름철 일몰 명소로 꼽힌다. 추산 앞바다로 해가 떨어져 산과 바다의 대비가 아름답다. 겨울에는 해가 남쪽으로 치우쳐 떨어지다 보니 바다 대신 추산 산자락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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