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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8. 28. 15:16

남한산성 100배 즐기기

[중앙일보] 입력 2015.08.27 00:06 / 수정 2015.08.27 06:02

          
박수철 기자

지난해 6월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서울 중심부에서 불과 24㎞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매년 320만 명이 방문하는 친숙한 곳이기에 그 기쁨은 더욱 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남한산성은 그저 데이트 코스나 백숙 먹는 곳쯤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을 제대로 알고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둘레 11.76㎞ … 조선 인조 때 쌓아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가 지난해 마련한 성곽투어 프로그램인 ‘다함께 돌자 산성 한 바퀴’에서 참가자들이 연주봉 옹성 암문 앞에 모여 문화재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올해는 다음 달 4일부터 11월 8일까지 매주 금~일요일 열린다. [사진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서울을 남북으로 지키는 산성이다. 통일신라 문무왕 때인 672년 쌓은 주장성의 옛터를 활용해 조선 인조 2년(1624) 축성 공사를 시작해 2년 뒤 완공했다. 성벽의 주봉인 청량산(497.9m)을 중심으로 북쪽의 연주봉(467.6m), 동쪽의 망월봉(502m)과 벌봉(515m), 남쪽의 몇 개 봉우리를 연결해 쌓았다.

 둘레가 11.76㎞에 이르는 성벽 외부는 급경사인 데 반해 내부는 경사가 완만하고 넓은 분지로 돼있어 조선 왕실의 보장처(전쟁 때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곳)로 안성맞춤이었다. 산성 내에는 행궁을 비롯해 인화관·연무관 등이 차례로 들어서며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963년 1월 1일 문화재보호법이 제정·시행되면서 사적 제57호로 지정됐다. 이 성은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세계유산의 3대 절대기준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한국역사상 유일한 산악 군사·행정도시이자 고대에서 중세까지 동양 성곽 축성 발달사를 보여주는 표본이라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갖췄다. 또 행궁을 비롯한 건축물 복원이 역사적 기록과 증거를 토대로 한 전통기술로 이뤄지면서 ‘진정성(Authenticity)’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사행정도시로서 건축적 가치와 무형적 가치가 유기적으로 결합됐다는 측면에서 ‘완전성(Integrity)’도 인정받았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경기문화재단이 추천하는 남한산성의 명소를 소개한다.

행궁 곳곳엔 병자호란 아픔 서려

 행궁(사진은 내행전)이란 임금이 궁궐을 떠나 임시 거처하는 곳을 말한다. 인조는 즉위 14년(1636년) 병자호란이 발생하자 남한산성으로 피난해 47일간 항전했다. 이후에도 숙종·영조·정조·철종·고종 등이 여주와 이천 등의 능행길에 이곳에 머물렀다. 종묘와 사직을 두고 있는 유일한 행궁으로 비상시 임시수도의 역할을 했다.

 행궁은 순조 때인 1805년까지 증축을 거듭했다. 이후 1907년 일본의 군대 해산령과 함께 허물어졌다가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2002년부터 10년간 복원 공사를 벌인 끝에 2012년 완공했다. 행궁 복원 도중 행궁터 밑에서 통일신라시대의 초대형 기와와 건물지가 확인됐다. 기와 한 개의 무게는 18㎏으로 일반 기와(4㎏)의 4배를 웃돈다.

 백제 시조 온조왕 위패 모신 숭렬전

 숭렬전(사진)은 백제 시조 온조왕과 남한산성 축성 총책임자인 이서의 위패가 안치된 사당이다. 건립과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진다. 인조가 산성으로 옮겨와 청에 맞서 항전할 때다. 하루는 청나라 군사와 밤 늦게까지 대치 중이던 인조가 깜박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에 웬 사람이 나타나더니 “적이 높은 사다리를 타고 북쪽 성을 오르는데 어찌 막지 않는가”라고 호통을 쳤다.

 깜짝 놀란 인조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성주(城主) 온조대왕이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잠에서 깬 인조는 즉시 북쪽 성 정찰에 나서 몰래 벽을 기어오르는 청나라 군대를 물리쳤다고 한다. 전쟁 후 한양으로 돌아온 인조는 남한산성에 사당을 짓고 봄·가을로 제사를 지냈다. 이런 연유로 2014년부터 춘계와 추계에 숭렬전 제향을 올리고 있다.

지휘관 올라서서 군대 통솔한 수어장대

 장대란 지휘관이 올라서서 군대를 지휘할 수 있도록 높은 곳에 지은 건축물을 일컫는다. 남한산성 서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산성의 5개 장대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건축물이다. 영조 27년(1751년)에 2층으로 보수됐는데 내부에는 ‘무망루(無忘樓)’, 외부에는 ‘수어장대(守禦將臺)’라는 현판을 걸었다. ‘무망’이란 명칭에는 병자호란 때 인조의 시련과 청으로 잡혀갔던 효종의 원한을 후세에 전하고 그 비통함을 잊지 말자는 뜻이 담겨 있다.

성곽 작은 통로 암문 16개나 설치

 지수당은 현종 13년(1672년) 부윤 이세화가 건립한 정자다. 건립 당시 정자 앞뒤로 3개의 연못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2개만 있다. 연못 가운데에는 ‘관어정’이라는 정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빈터만 남아 있다.

 암문이란 성문의 한 종류로 일반 성문과 달리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은폐된 곳에 마련한 출입문을 말한다. 사람 한 명이나 소나 말 한 마리가 겨우 출입할 수 있는 매우 작은 통로다. 암문이 16개인 남한산성은 우리나라에서 암문이 가장 많이 설치된 성곽이다. 성곽의 규모가 크고 굴곡이 많은 지형적 특징 때문이다.

 인조 2년엔 남한산성 축성 당시 장경사·망월사·한흥사 등 9개 사찰을 세워 승려들이 조직한 군대를 보살피고 음식을 공급하도록 했다. 이들 사찰은 갑오개혁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다 1907년 일본의 군대 해산령으로 대부분 파괴됐다. 현재는 장경사와 망월사·개원사·국청사 등 4개 사찰이 남아 있다.

매 바위엔 억울한 죽음 이회 장군 설화

 어장대 앞마당 끝에는 매 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이 바위는 축성 당시 억울한 누명으로 처형당한 이회 장군의 설화를 담고 있다. 축성 총책임자인 이서는 북쪽 성은 벽암 각성대사에게, 남쪽 성은 이회 장군에게 각각 맡겨 성을 쌓게 했다. 벽암 대사는 팔도에서 모인 스님들을 독려하며 기한 내에 성을 완성하지만 이회가 맡은 동남쪽은 지세가 험해 공사비도 많이 들었고 기한을 맞추기도 어려웠다.

결국 이회 장군은 공사비 탕진 누명을 쓰고 수어장대 앞에서 참수형에 처해졌다. 장군의 목을 베자 불쑥 매 한 마리가 날아와 시체를 감싸 돌며 바위에 내려앉았다 날아갔다. 매가 앉았던 바위에는 발톱 자국이 선명히 남았으며 이후 이를 신성시했다. 실제로 매 발자국이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에 한 일본인 관리가 도려내갔다고 전해진다. 남편의 공사를 돕기 위해 산성으로 오던 이회 장군의 아내와 첩도 처형 소식을 듣고 송파나루에서 투신 자살했다. 훗날 이회 장군의 무고함이 밝혀졌고, 서장대 옆에 청량당(사진)을 지어 이들의 넋을 달래게 했다.

5개 코스 등산로, 2.9㎞부터 7.7㎞까지

 최근 남한산성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등산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솔숲이 울창해 삼림욕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남한산성 등산로는 총 5개 코스로 2.9㎞부터 7.7㎞까지 다양하다. 소요 시간은 1시간~3시간20분 정도다.

우선 북문에서 남문에 이르는 1코스(3.8㎞) 구간은 성벽길 옆으로 포장된 산책로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중적인 코스다. 산성종로(로타리)~북문(0.4㎞)~서문(1.1㎞)~수어장대(0.6㎞)~영춘정(0.3㎞)~남문(0.7㎞)~산성종로(로타리 0.7㎞) 등으로 이어진다. 가장 긴 코스는 역사관~동문(0.6㎞)~동장대터(1.1㎞)~북문(1.6㎞)~서문(1.1㎞)~수어장대(0.6㎞)~영춘정(0.3㎞)~남문(0.7㎞)~동문(1.7㎞)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내달 11~13일 등재 1주년 기념 축제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는 다음 달 11~13일 사흘간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해 ‘GO TOGETHER 남한산성’ 페스티벌을 연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남한산성 토크 콘서트, 행궁 체험, 취고수악대 퍼레이드, 역사체험 연극, 외국인 과거시험, 성곽 특별사진전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이와 함께 다음 달 4일부터 11월 8일까지 남한산성 상설 성곽투어 프로그램인 ‘다함께 돌자 산성 한 바퀴’도 진행된다.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2회(각 2시간)씩 전문 해설사와 함께 맞춤형 투어 가이드북을 들고 성곽을 도는 프로그램이다.

1코스는 남한산성 행궁~수어장대~북문, 2코스는 남옹성 1, 2~개원사 등이다. 회당 20명 선착순으로 초등학생 이상 참여할 수 있다.

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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