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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제례악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9. 25. 22:03

 

음악·춤 멈추자 잠시 적막 … 꿈에서 깬 듯 파리지앵들 박수

1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국립샤이오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 ‘종묘제례악’.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프랑스와 한국에서 이어지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 150여 건 행사의 개막작이다. [사진 국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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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국립장식미술관에서 내년 1월 3일까지 열리는 공예·패션·그래픽 디자인전 ‘지금, 한국!’ 입구에 내걸린 안상수씨의 타이포그래피.

“딱, 딱, 딱.” 박(拍)이 세 번 울렸다. 엎드린 호랑이 모양의 악기 어(?)의 등을 훑는 ‘드르륵’ 소리도 그쳤다. 악사와 춤꾼들 동작이 멈췄다. 무대와 객석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엄정한 적막이었다. 이어 잔잔하게 박수가 터져 나오더니 소리가 점점 커졌다. 느리고 절제된 음악과 춤이 긴 능선처럼 정갈하게 반복되던 꿈같은 시간을 깨고 사람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프랑스 국립샤이오극장 공연
내년 수교 130주년 기념 무대 … 일반 공개 1250석도 매진
“바다·사막 건넌 듯 깊은 울림”
공연 뒤 에펠탑 태극 문양 조명쇼
젊은 관광객들 “대~한민국” 환호

 지난 1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국립샤이오극장(Théàtre National de Chaillot) 대극장. 내년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 개막 공연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이 서양 예술의 본바닥 파리에 선보였다. 앙코르는 없었지만 격에 어울리는 인상적인 데뷔였다. ‘효(孝)’를 근간으로 한 조선 유교사회, 선비문화의 핵심을 장엄하게 구현한 무대는 두 나라간 교류의 세월과 신뢰의 두께를 되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시간을 선사했다.

 베르나르 페브르 다르시에(전 아비뇽연극제 집행위원장)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가 지닌 의미에 합당한 무게를 지닌 작품”이라며 “한국 예술 중 최고 품위를 지닌 종합예술을 보게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앙리 페루(‘여기 한국이 있다’ 페스티벌 무용 고문)는 “거대한 바다, 거룩한 사막을 건넌 듯 마음에 큰 울림이 일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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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을 주제로 서영희 전시감독이 기획한 패션전.

‘한·불 상호교류의 해’ 조직위원회(위원장 조양호)가 기획하고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이 제작한 ‘종묘제례악’은 18일 전석 초대에 이어 일반에 공개된 19일 무대는 1250석 모두 일찌감치 매진됐다. 프랑스어 해설 책자와 자막으로 음악과 춤의 의미 이해를 돕고, 실제 제례가 펼쳐지는 야외공간 ‘종묘’ 영상을 도입부에 상영해 의식의 분위기를 살린 점이 관객의 호평을 끌어냈다.

최준호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은 연주자 50명, 무용단 35명 등 85명의 예술단원과 전문 제작진을 포함해 총 120명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고 밝혔다. 음악과 춤인 ‘일무(佾舞)’ 전체를 원형에 충실히 재현했다. 최 감독은 “프랑스 공연예술 전문영상 제작업체인 ‘벨에르 미디어’와 협업으로 연내 유럽지역 방송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연에 앞서 열린 기념식에서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통신부 장관은 “내게 점점 더 소중한 나라로 다가오는 한국의 전통 종합예술 정수를 프랑스 국민과 함께 즐기는 특권과 감동을 누렸다”고 말했다. 한국계 입양인인 펠르랭은 낳아준 나라와 길러준 나라의 우정을 밝은 얼굴로 기렸다.

한편, 공연이 끝난 뒤 로비로 나간 관객들은 창문 너머 에펠탑에서 벌어진 깜짝 쇼에 탄성을 지르며 양국 친선의 밤을 즐겼다. 태극기와 프랑스 삼색기가 걸린 에펠탑은 세 차례에 걸쳐 태극 문양과 3색 색채의 화려한 조명 쇼를 선사했다. 광장에서는 뜻밖의 광경에 격앙된 젊은 관광객들이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 양국을 오가며 펼쳐질 상호교류 문화행사는 내년 연말까지 공연·전시·영화·문학행사 등 150여 건이 이어진다.

파리=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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