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온화해 보이네, 고향땅 처음 밟은 '금동 반가사유상'
입력 : 2015.07.23 03:00 | 수정 : 2015.07.23 08:23
국립중앙박물관서 경주로 옮겨 '신라의 황금 문화와 불교미술 '특별전에서 2주 동안만 전시
부처가 새겨진 탑신석도 첫선
괜한 착각일까. 소년 같은 불상 얼굴이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인다. 오른발을 왼쪽
무릎 위에 걸치고 연꽃 좌대에 앉은 그는 오른손 끝을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높이 93.5㎝. 세 산처럼 솟은 삼산관(三山冠)을 썼고 얼굴은 아직 젖살 빠지지 않은 아이처럼 통통하다.
국보 83호 금동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 처음으로 신라 고도(古都) 경주 땅을 밟았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21일 개막한 '신라의 황금 문화와 불교미술' 특별전을 위해서다. 박물관이 전시관 리모델링을 끝내고 올해 처음 여는 특별전.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70주년 기념전이자 다음 달 21일 개막하는 '실크로드 경주 2015'의 테마 행사다. 지난해 2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성황리에 끝난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을 새롭게 재현·확대했다.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신라 문화재 130여 점을 선보인 뉴욕 전시보다 4배 이상 큰 규모"라며 "신라 문화 전반을 총괄적으로 살펴보는 국내 첫 특별전"이라고 했다. 국보·보물 22건 30점을 포함해 600여 점이 나왔다.
전시는 20세기 이후 후대인들이 어떻게 신라 문화를 발굴하고 해석했는지, 발견의 역사를 따라간다. 지금까지 이뤄진 발굴 조사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황금 문화' '능묘' '대외 교류' '왕경' '불국토'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했다. 1915년 경주 보문동 합장분에서 출토된 6세기 금귀걸이(국보 90호)가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금 알갱이를 촘촘히 녹여 붙여 표현한 거북등 무늬와 세 잎 무늬, 아래에 매달린 달개 장식 37개가 절정기에 이른 신라 금속공예 기술을 보여준다. '신라=황금의 나라'가 부각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일제강점기부터다. 대표적 사례가 1921년 가옥공사 중 우연히 발견된 금관총 금관이다. 신라 금관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타나자 당시 언론은 '동양의 투탕카멘 왕릉'이라며 대서특필했다.
2부 '능묘'에서는 광복 이후 우리 손으로 발굴한 천마총·황남대총의 화려한 부장품을, 3부 '대외 교류'에선 계림로 14호 무덤 보검(寶劍), 식리총 금동 신발 등 신라의 활발한 대외 교류를 보여주는 이국적 물건들을 볼 수 있다. 경주고등학교 교정에 있던 무인(武人) 석상이 처음으로 박물관 전시장에 나왔다. 눈을 부릅뜨고 머리에 띠를 두른 서역인 얼굴이다.
압권은 5부 막바지에서 만나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을 대표하는 유물이 단 2주 나들이(8월 2일까지)에 나섰다. 어둑한 배경에서 홀로 빛나는 불상의 사색 분위기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불상 출토지는 확실하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입수 기록에는 "1912년 당시 이왕가(李王家) 박물관이 일본인 골동상에게서 2600원(지금 돈으로 약 26억원)을 주고 구입했다"고만 적혀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활동했던 일본인 학자의 증언을 조사한 황수영 박사의 기록에 따르면 경주 부근에서 출토됐을 가능성이 높다. 양식을 봐도 경주 단석산 신선사 등 신라 지역에서 출토된 반가사유상과 비슷하다"고 했다. 경주 구황동 삼층석탑의 금제 아미타불좌상(국보 79호)은 8월 4일부터 전시되며, 경주경찰서 앞마당에 있던 부처가 새겨진 탑신석 2점도 보존 처리를 거쳐 처음 전시됐다.
이영훈 관장은 "22대 지증왕(재위 500~514) 때 확정된 신라(新羅)라는 국호는 '덕업일신 망라사방(德業日新 網羅四方·덕업이 날로 새롭고 사방을 망라하다)'에서 비롯됐다. 덕업일신은 혁신, 망라사방은 세계화를 뜻한다. 21세기에도 통용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11월 1일까지. (054)740-7535
국보 83호 금동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 처음으로 신라 고도(古都) 경주 땅을 밟았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21일 개막한 '신라의 황금 문화와 불교미술' 특별전을 위해서다. 박물관이 전시관 리모델링을 끝내고 올해 처음 여는 특별전.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70주년 기념전이자 다음 달 21일 개막하는 '실크로드 경주 2015'의 테마 행사다. 지난해 2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성황리에 끝난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을 새롭게 재현·확대했다.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신라 문화재 130여 점을 선보인 뉴욕 전시보다 4배 이상 큰 규모"라며 "신라 문화 전반을 총괄적으로 살펴보는 국내 첫 특별전"이라고 했다. 국보·보물 22건 30점을 포함해 600여 점이 나왔다.
전시는 20세기 이후 후대인들이 어떻게 신라 문화를 발굴하고 해석했는지, 발견의 역사를 따라간다. 지금까지 이뤄진 발굴 조사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황금 문화' '능묘' '대외 교류' '왕경' '불국토'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했다. 1915년 경주 보문동 합장분에서 출토된 6세기 금귀걸이(국보 90호)가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금 알갱이를 촘촘히 녹여 붙여 표현한 거북등 무늬와 세 잎 무늬, 아래에 매달린 달개 장식 37개가 절정기에 이른 신라 금속공예 기술을 보여준다. '신라=황금의 나라'가 부각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일제강점기부터다. 대표적 사례가 1921년 가옥공사 중 우연히 발견된 금관총 금관이다. 신라 금관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타나자 당시 언론은 '동양의 투탕카멘 왕릉'이라며 대서특필했다.
2부 '능묘'에서는 광복 이후 우리 손으로 발굴한 천마총·황남대총의 화려한 부장품을, 3부 '대외 교류'에선 계림로 14호 무덤 보검(寶劍), 식리총 금동 신발 등 신라의 활발한 대외 교류를 보여주는 이국적 물건들을 볼 수 있다. 경주고등학교 교정에 있던 무인(武人) 석상이 처음으로 박물관 전시장에 나왔다. 눈을 부릅뜨고 머리에 띠를 두른 서역인 얼굴이다.
압권은 5부 막바지에서 만나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을 대표하는 유물이 단 2주 나들이(8월 2일까지)에 나섰다. 어둑한 배경에서 홀로 빛나는 불상의 사색 분위기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불상 출토지는 확실하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입수 기록에는 "1912년 당시 이왕가(李王家) 박물관이 일본인 골동상에게서 2600원(지금 돈으로 약 26억원)을 주고 구입했다"고만 적혀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활동했던 일본인 학자의 증언을 조사한 황수영 박사의 기록에 따르면 경주 부근에서 출토됐을 가능성이 높다. 양식을 봐도 경주 단석산 신선사 등 신라 지역에서 출토된 반가사유상과 비슷하다"고 했다. 경주 구황동 삼층석탑의 금제 아미타불좌상(국보 79호)은 8월 4일부터 전시되며, 경주경찰서 앞마당에 있던 부처가 새겨진 탑신석 2점도 보존 처리를 거쳐 처음 전시됐다.
이영훈 관장은 "22대 지증왕(재위 500~514) 때 확정된 신라(新羅)라는 국호는 '덕업일신 망라사방(德業日新 網羅四方·덕업이 날로 새롭고 사방을 망라하다)'에서 비롯됐다. 덕업일신은 혁신, 망라사방은 세계화를 뜻한다. 21세기에도 통용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11월 1일까지. (054)740-7535
'유물과의 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산시 외암마을 (0) | 2015.08.23 |
---|---|
꼼꼼하게 봐야 보인다: 연꽃 잎사귀 속의 비밀 (0) | 2015.08.22 |
1400년 전으로 돌아간 ‘세계 유산’ 미륵사지 석탑 (0) | 2015.07.14 |
여백의 미는 잠시 잊으시라 … 한국 고미술 ‘화려한 유혹’ (0) | 2015.07.11 |
서소문 순교성지 (0) | 2014.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