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눈물이 시킨 일 2011

느리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1. 27. 09:21

 

느리게

 

 

우체국은 산 속 저물녘에 있다

이 가을에 나는 남루한 한 통의 편지

산길 초입 그리고 저물녘에서

느릿느릿 우체국을 찾아간다

블랙홀처럼 황홀한 어둠

문득 아찔한 절벽 위에 몸을 가눌 때

바위에 온 몸을 부딪치고

으깨어지면서 물은

맑고 깊어지는 흩날리는 꽃잎이다

바람은 또 이렇게 깊은 산에 들어야

솔내음을 품어낼 수 있는 것

이 가을에

우체국 소인이 찍히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눈물이 시킨 일 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묵념   (0) 2014.01.31
허물  (0) 2014.01.28
불의 산  (0) 2014.01.25
바람 옷  (0) 2014.01.23
황사 지난 후   (0) 2014.01.21